한파·폭설·강풍 3중고에 출근길 '교통지옥'
정전·수도관 동파 등 피해 잇따라…하늘길·바닷길도 막혀

▲ 대관령의 기온이 영하 20.4도까지 떨어지는 등 한파가 기승을 부린 7일 오전 강원 강릉시의 경포호가 얼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신축년 새해 벽두부터 몰아친 북극발 한파와 강풍으로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시민들은 혹한의 추위에 밤사이 많은 눈까지 내린 탓에 두꺼운 패딩으로 중무장해 출근길에 나섰지만 도로 곳곳이 빙판길을 이뤄 극심한 교통 체증을 겪었다.

7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강원 영서와 산지, 경기 북부 아침 기온은 영하 20도까지 내려갔고 바람까지 불면서 체감기온은 영하 25도 안팎까지 뚝 떨어졌다. 아침 기온이 영하 27.7도까지 떨어진 설악산의 체감온도는 영하 41.9도까지 곤두박질쳤다.

경기 남동부·충남 북동부·충북·경북 북부 내륙은 영하 15도 이하로, 중부지방과 전북·전남 북부·경북 남부·경남 북서 내륙은 영하 10도 이하로 최강한파가 이어졌다. 특히 제주도 산지에는 1964년 이후 57년 만에 처음으로 한파경보가 내려졌고 중부지방과 전북, 전남 북부, 경북권, 경남 서부 내륙에는 한파특보가 발효된 상태다. 인천, 경남, 전라 등 전국 해안 곳곳에는 강풍특보까지 내려졌다.

칼바람까지 더해진 매서운 추위로 맹위를 떨친 동장군에 맞서 전국 곳곳에서 사투가 벌어졌다. 출근길 시민들은 두꺼운 외투와 목도리, 장갑 등 방한용품으로 중무장한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도로 곳곳이 얼어붙으면서 서울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내부순환로 등 간선도로 곳곳에서 출근 시간 정체가 발생했다. 또 차량이 미끄러지면서 크고 작은 교통사고도 이어졌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출근 시간대 지하철 집중 운행시간을 오전 7시부터 9시 30분까지로 30분 연장했고 시내버스 전 노선은 출근 시간대에 이뤄지는 배차간격을 늘렸다. 하지만 한파로 곳곳에서 열차 출입문과 선로 전환기 등이 얼면서 산발적으로 열차가 지연되면서 지하철 출근길도 쉽지 않았다.

지방에서도 새해 첫 추위 극복에 분투했다. 대규모 공장시설이 밀집돼 있는 울산 등에서는 업체들이 직원들에게 핫팩과 따뜻한 음료를 제공하며 한파를 이기고 생산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경남 마산어시장과 춘천 번개시장 등 새벽부터 장이 서는 시장의 상인들은 모닥불을 피워놓거나 고무장갑을 낀 손을 더운물에 녹여가며 추위를 녹였다. 농촌 축산농가는 이른 아침부터 축사에 스며드는 찬바람을 막거나 추위에 약한 송아지를 위해 온열기를 켜는 등 방한 대책에 힘을 쏟았다.

기압골의 영향으로 밤사이 중부지방(강원 동해안 제외)과 전라권·경북 내륙·경남 서부 내륙·제주도 등지에 많은 눈이 내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기준 적설량은 제주 어리목에 44.7cm의 눈이 쌓인 것을 비롯해 울릉도 25.8cm, 임실 20cm, 김제 19.8cm, 순창 16.9cm, 평창 면온 16.6cm, 경기 광주 16.2㎝, 과천 15.6㎝, 논산 12.9cm, 백령도 12.5cm, 전주 11.9cm, 담양 11.7cm, 홍성 9.2cm 등을 기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한랭질환자 2명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날 오전 1시 10분경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한 오피스텔 단지에서 수전설비실 누수로 인해 2300여 가구가 정전돼 밤새 추위에 떨어야 했다. 또 수도계량기 274건, 수도관 7건 등 동파 피해도 잇따랐고 도로는 전남 5곳, 경남 4곳, 충남 3곳 등 모두 18개 노선이 통제됐다.

제주국제공항에는 눈이 쌓이고 강한 바람이 불어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빚어져 이날 오전 6시부터 8시까지 43편(출발 20, 도착 23)이 결항했다. 전남의 모든 항로(55항로 85척) 여객선 운항이 중단됐고 인천과 인근 섬을 잇는 12개 항로 중 백령도∼인천 항로의 바닷길도 통제됐다.

기상청은 이번 눈이 서해안에 8일까지, 전라 서부와 제주도 산지에 10일 오전까지 긴 시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예상 적설량은 8일까지 충남 서해안, 전라권, 제주도, 울릉도·독도 5∼20㎝, 전라권 서부와 제주도 산지 등 많은 곳은 30∼50㎝ 이상 눈이 내려 쌓일 것으로 예보했다. 또 수도권 남부 서해안과 충청권 내륙, 서해5도 등은 3∼10㎝, 경기북부, 강원, 수도권과 전남 동부 남해안, 경북 내륙, 경남 서부 내륙은 1∼5㎝의 눈이 내리겠다.

아울러 바람도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 낮으니 면역력 저하와 한랭질환 예방 등 건강관리에 각별히 주의해달라고 강조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눈이 오는 지역은 가시거리가 매우 짧아지고 많은 눈이 쌓이거나 얼면서 빙판길이 나타나는 곳이 많겠다"며 "차간 거리를 충분히 유지하고 보행자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각 지자체에서는 서정협 서울시장권한대행이 당초 일정을 취소하고 제설·한파 대책회의를 진행하는 등 1만7000여명의 직원을 비상동원해 긴급 복구에 나섰다. 혹한의 추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는 단축 운영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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