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설산업팀 구성헌 기자

일본 대지진 참사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내진설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국내 내진설계 대비는 취약하다고 하기에도 부끄러운 실정이지만 오히려 건설계약제도가 이를 발목잡고 있다.

방재연구소에 따르면 2008년 말 기준으로 내진설계 대상 전국 공공, 민간시설물 가운데 내진설계가 적용된 시설물은 18%에 불과해 결국 82%의 나머지 시설물들은 지진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현재 건축법에서 3층 이상 건물에 대해서만 내진설계를 의무화하고 있고 우리나라 전체 건축물의 80% 이상이 2층 이하 건물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내진설계 적용 건축물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지경이다.

때문에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각계에서는 내진설계 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내진설계에 대한 건설업계의 시각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내진설계를 적용할 경우 공사비용이 1.4~2배정도 치솟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국내의 현 계약제도에서는 이를 감당하기 힘들뿐 아니라 실효를 거두기 힘들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여러 가지 건설계약제도가 적용되고 있지만 주를 이루는 것은 최저가입찰제다. 쉽게 말해 싼 가격에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가 공사를 가져가는 제도인 최저가입찰제는 예산절감 등의 이유로 확대추세에 있고 실제 올해까지 300억이상의 공사에 적용하던 이 제도를 내년부터는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처럼 업계 전반에 만연한 최저가제도 하에서는 높은 공사비용이 들어가는 내진설계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주장이 나올 법하다.

특히 국내 정서는 어찌된 일인지 건설에서만은 제값주고 시공물을 얻는 것을 아까워하는 분위기다. 발주처들은 건설물에 대한 발주를 하며 예정가라는 것을 내 놓는다. 쉽게 말해 발주처들이 계산해 적정한 공사비라고 산정되는 비용을 명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치열해진 경쟁하에서 최저가의 경우 50%대의 낙찰율도 수두룩한 실정이다. 그나마 건설사들이 기술력을 겨룰 수 있는 턴키는 낙찰율이 나은 편이지만 각종 시민단체나 정치권에서 건설사들의 배를 불린다며 비난이 쏟아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낙찰율 50%대라면 적정공사비로 산정된 절반의 공사비로 공사를 해야 한다는 것인데 국민들의 안전한 삶에 절대적인 건축물들을 어떻게 이런 식으로 만드는 지 모를 일이다.

안전을 강조하고 강조해도 부족한 원전만 보더라도 그렇다. 지난 해 1조4300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프로젝트인 '신울진 원전 1·2호기'만 하더라도 최저가로 시행돼 예정가 대비 81.4%인 1조909억원에 현대건설이 수주한 바 있다.

원전마저 이런 식으로 입찰이 진행되는 마당에 다른 공사들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때문에 내진설계가 취약한 현재의 상황에서 더 이상 이런 식의 계약제도는 위험하다.

내진설계 확대 제도 개편에 앞서 공사입찰제도 개편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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