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설정책팀 석유선 차장

일본 대지진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과 정부 모두 국내 건축물과 원전의 안전성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뜨겁다.

정치권에서는 연일 지진 대비를 위한 내진설계 강화와 관련된 입법안이 발의되고 있고, 국토부와 교과부 등에서도 내진성능 보강을 위한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예측할 수 없는 끔찍한 지진 재난을 대비해 모처럼 정부와 국회가 한 목소리를 낸다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같은 제도 개선에 앞서 비용문제는 쏙 빠져 있어 그저 공허한 울림으로 끝나지 않을까 싶은 우려가 든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여러 국회의원들이 내놓은 현행 건축물의 내진설계 보강 의무화 관련 입법안과 국토부가 추진하는 2층 이하 건축물의 내진설계가 의무화 방안 등을 실현하려면 적게는 수조, 많게는 수백조원의 재원이 투입돼야 한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주요 공공시설 내진설계를 모두 보강하는 데만 26조8084억원이 든다고 한다.

그나마 공공시설이야 정부가 어떻게든 재원을 마련해 추진한다고 해도 민간 건축물의 내진설계·보강 의무화와 관련된 자금 지원은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이에 대해 국회 행안위는 민간 건물주가 자발적으로 내진보강을 하면 지방세 감면과 보험료 차등 적용 등의 인센티브를 주도록 한 지진재해대책법 개정안을 발의한지 2년만에 통과시켰다.

아직 본회의 통과가 남아있는 것도 문제지만, 법이 통과되도 이를 뒷받침할 지방세례특례제한법 등 관련 법률 개정이 함께 이뤄지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치는 법안이 될 수밖에 없다.

국토부도 최근 2층이하 소규모 민간건축물의 내진설계 보강시 표준설계 도면을 활용해 건축비 증액을 막을 수 있다는 기대지만, 그 절감액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와 의원들은 일본 고베 대지진과 중국 쓰촨성 대지진 등 이웃나라의 지진사태가 터질때마다 부랴부랴 각종 제도 개선과 법안 개정을 하겠다고 부산을 떨었다.

하지만 늘 예산과 재원마련이 반영되지 않은 부실한 대안을 내놓은 탓에, 이번에도 또 다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

부디 이번 일본 대지진이 마지막 반면교사가 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는 보다 실효성 있는 내진설계 보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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