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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원 가습기 살균제 사태 무죄라니
  • 최종걸 주필
  • 승인 2021.01.13 11:04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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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지난 2011년 4~5월 원인불명 폐 질환으로 입원한 산모 4명이 사망한 이후 이로 인한 피해자가 6천817명이고 이중 사망자가 1천553명에 이르는 이른바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태에 대해 제조회사와 연구소 그리고 유통회사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가습기 살균제(세정제)로 인해 폐 손상 증후군(기도 손상, 호흡 곤란·기침, 급속한 폐 손상(섬유화) 등의 증상)이 일어나 주로 영유아, 아동, 임신부, 노인 등이 사망한 사건이다. 10년간의 법정 공방이 진행 동안 지난해 말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법 시행령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고, 환경부는 피해자 지원 대상자를 총 4114명이라고 발표까지 했다. 이를 법원이 관련 제조회사와 유통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법원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례가 전국적으로 발견된 지 10년 동안 여러 차례 실험을 거쳤음에도 일부 원료 성분과 관련해서는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아 SK케미칼·애경산업 등 관계자 13명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고 한다. 그러면 왜 가습기로 인해 사람이 피해를 입었고 사망했는지 귀신도 곡을 할 노릇이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문제가 처음 불거진 시점은 2011년 상반기로 당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 질환으로 사망자가 곳곳에서 발생해 조사 결과 가습기 살균제 흡입이 원인으로 지목됐고, 이후 이는 '사회적 참사'로 규정까지 한 사안이다. 재판부가 밝힌 지난해 7월 기준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환경부에 신고한 사람은 6817명이고 이중 사망자가 1553명이지만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보도 등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 등으로 산모, 영유아 등이 사망하거나 폐 질환에 걸린 사례가 지난 2011년 4월부터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지만, 발생 5년이 지난 2016년에서야 검찰의 전담수사팀이 구성돼, 최대 가해 업체인 옥시 대표 등에 대한 처벌이 이뤄졌다. 이후 2017년 8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기존 가습기 살균제 피해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던 3, 4단계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로 확대됐다. 지난 1994년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한 유공(현 SK케미칼)의 '가습기메이트'로 인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잇단 사망 사건은 2011년 4월부터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서울의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급성호흡부전을 주 증상으로 하는 중증 폐렴 임산부 환자의 입원이 증가하고 있다는 신고와 조사 요청에 따라 그해 8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원인 미상의 폐 손상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세정제)로 추정된다는 내용의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까지 했다. 하지만 확실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지는 않았다며 관련 세정제 제품 수거에 나서지 않았다가, 역학조사와 동물흡입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옥시레킷벤키저와 롯데마트·홈플러스 등에서 파는 6가지 제품에 대해 위해성이 확인됐다며 수거에 나섰다. 그리고 2012년 2월에는 동물실험 결과를 발표하며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 인산염과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디닌)의 독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는 동안 수천 명이 피해를 본 가운데 1553명이나 사망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법정으로 이끈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는 SK케미칼(당시 유공)이 개발한 1994년부터 판매가 중단된 2011년까지 20개 종류가 연간 60만 개가 판매됐다. 이중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사람들은 894만∼1087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불거진 것은 우리나라에서만 유해성이 입증된 성분이 가습기 살균제로 허용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나라들의 경우 PHMG에 관해 별도의 예외조항을 둬 살균물질을 흡입할 경우 고독성을 검증할 수 있도록 안전성 검사와 성분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 2017년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 시행할 만큼 그 피해를 국가가 인정했는데도 법원이 1심에서 관련 제조회사와 유통회사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이게 나라냐’ 라는 소리를 자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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