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서비스·임시직 중심 외환위기 이후 최대 고용한파
비대면서비스·신산업 등 4차산업혁명형 고용 증가

▲ 취업자·실업자 증감 추이. 자료=연합뉴스(통계청 자료 재정리)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고용시장 양극화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면서비스업과 임시직을 중심으로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한파가 밀어닥친 가운데 비대면서비스와 신산업은 활황세를 보였다. 중장기적 실업난 극복을 위해 산업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단기적으로 사회안전망 확충과 취업안내·전직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취업자는 2690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21만8000명 감소했다. 외환위기 시기인 1998년(-127만6000명) 이래 22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취업자 수가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8만7000명) 이후 11년 만이다.

지난해 취업자는 60세 이상(37만5000명)을 제외하고 모든 연령대에서 감소했다. '경제 허리'에 해당하는 30대(-16만5000명)와 40대(-15만8000명)에서 감소 폭이 컸고 20대(-14만6000명)와 50대(-8만8000명)도 타격을 입었다.

산업별로는 도·소매업(-16만명), 숙박·음식점업(-15만9000명), 교육서비스업(-8만6000명) 등 대면서비스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임금근로자(-10만8000명)와 비임금근로자(-11만명) 모두 줄었다.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30만5000명)는 늘었으나 임시근로자(-31만3000명), 일용근로자(-10만1000명) 감소가 컸다. 코로나19 충격이 고용 취약계층에 집중된 모습이다.

비임금근로자 중에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9만명)는 늘었고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16만5000명)는 줄었다. 일시휴직자는 83만7000명으로 43만명 늘었는데 1980년 관련 통계 작성 후 최대 증가다.

실업률과 고용률, 비경제활동인구 등 취업자 외 각종 지표도 나빠졌다. 지난해 실업자는 전년보다 4만5000명 늘어난 110만8000명이었다. 통계 기준을 바꾼 이래 연도별 비교가 가능한 2000년 이후로는 가장 많다.

실업률은 4.0%로 0.2%포인트 올랐다. 2001년(4.0%) 이후 최고치다.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9.0%로 2018년(9.5%) 이후 2년 만에 다시 9%대로 올라섰다.

고용률은 0.8%포인트 하락한 60.1%로 2013년(59.8%) 이후 가장 낮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65.9%로 0.9%포인트 하락했다. 2015년(65.9%) 이후 최저치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677만3000명으로 45만5000명 증가했다. 증가 폭이 2009년(49만5000명) 이후 가장 컸다. 쉬었음(28만2000명)과 가사(15만4000명) 등에서 늘었고 재학·수강 등(-9만2000명)에서 감소했다. 취업준비자는 79만1000명으로 4만3000명 증가했다.

반면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되면서 관련 부문의 고용은 증가했다. 고용노동부가 집계하는 고용보험 가입자 현황을 보면 유통업에서는 의류·화장품 등의 소비 감소 영향으로 도매업의 고용보험가입자는 2019년 5300명 증가에서 지난해 1만900명 감소로 돌아선 반면 인터넷쇼핑이 포함된 무점포소매업에서는 고용보험가입자가 지난해 2만700명 증가했다.

출판업에서도 디지털혁명 가속화와 관련성이 큰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에서 3만3800명이 늘었다

배송물량이 늘어나면서 택배업에서 고용보험가입자가 2000명 증가했다. 창고운송서비스업 신규가입자도 1만100명이 증가해 2019년(2만4300명 증가)에 이어 가입자가 많이 늘었다.

제조업은 미래 신산업인 배터리 업종에서 고용보험가입자가 7500명, 홈코노미 확대 등의 영향으로 가정용 가전제품 업종에서도 4200명이 증가했다. 디지털 혁명을 주도하는 반도체 제조업에서는 2019년 3100명 증가에 이어 지난해에도 2300명이 늘었다. 통신·방송 장비 제조업에서도 1900명이 증가했다.

산업의 고도화 흐름 속에서 기업들이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면서 연구개발업에서도 고용보험가입자가 1만7300명 증가했다. 2019년(1만6100명 증가)보다 늘었다.

최영순 한국고용정보원 미래직업연구팀장은 "산업의 디지털화와 플랫폼화가 진행되는 와중에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업종의 부상과 쇠퇴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일자리 역시 큰 변화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대면서비스 고용 증가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본부장은 "공공·보건의료부문을 제외하고 지난해 2월 수준 고용회복을 보이지 않고 있다. 'K자' 고용양극화 중 감소하는 고용에 비해 증가하는 비대면부문 고용 비중이 적다"며 "백신 접종 이후 경기 회복이 본격화될 때 기업들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산업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실업으로 인한 소득감소 보전을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과 취업안내·전직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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