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의료계가 정부와 국회가 의대 정원 확대, 공공 의대 신설,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육성 등 의료정책에 반발해 진료 거부와 총파업 그리고 국가의사 고시 거부 등과 비슷한 갈등 양상이다. 정부가 그들만의 특권을 보장하라는 집단 이기주의의 한 단면이다. 누구도 헌법과 법 앞에 특권을 누릴 수는 없다. 기회의 공정성과 평등성은 국민이 누려야 할 의무이다.
방송대의 경우 지난 1972년 당시 정부가 대학교육 기회를 확장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방송대를 설립했고,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온라인 대학으로 성장해왔다. 방송대는 대학교육과 재교육의 요람으로 고등교육의 희망사다리 역할을 해오고 있는 국립대학교이다. 현재 이 대학 출신의 류수노 총장의 경우 시골 농부 출신으로 군대 제대 이후 방송대 농학과를 졸업했지만, 세계적인 벼 육종학자다. 농학자로서 쌀 관련 논문 139편을 썼고, 국내·외 특허 21개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09년엔 항산화 항암효과가 있는 ‘슈퍼자미’, 2016년에는 비만과 당뇨 억제 효과가 있는 ‘슈퍼홍미’를 개발, 대한민국 100대 연구 성과 패를 수상하기도 했다. 교육의 질 따지지 말라는 뜻이다. 일반 국민의 경우 생업을 제쳐두고 전일제 로스쿨에 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누구라도 본인이 원하면 교육의 기회를 선택할 수 있는 온라인 로스쿨 도입이야말로 환영할만한 일이다. 변호사시험에 합격 여부는 그다음 문제이다. 의사 국가 고시든 변호사시험이든 누구든 공평하게 본인의 수학 여부에 달려있을 뿐 이를 원천적으로 기회를 박탈하자는 주장은 그들답지 못하다.
지난 2003년 3월 9일 공중파를 통해 생중계로 노무현 대통령이 평검사들과의 대화를 진행할 당시 박경춘 검사는 뜬금없이 대통령의 학번을 물었다. “과거에 언론에서 대통령께서 83학번이라는 보도를 봤습니다. 혹시 기억하십니까? 저도 그 보도를 보고 내가 83학번인데 동기생이 대통령이 되셨구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라고 물었다. 다분히 부산상고 출신에서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 출신 대통령을 격하시키는 질문이었다. 자기는 대학 나왔는데 대통령은 상고 출신 아니냐는 의도가 깔린 저열한 엘리트 의식이었다. 방송대는 매년 신입생과 편입생들의 면면을 보면 전공 후 다른 분야에 대한 교육의 기회를 찾기 위해 소위 서울대·고대·연대 대학(SKY) 출신들이 1000여 명 이상이 입학한다고 한다. 그들이 생업에서 느끼는 배움에 대한 갈증을 방송대를 통해 해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대 로스쿨 도입으로 인해 기회가 균등한 사다리 역할과 또 사법시험 제도에 대한 메기 역할을 기대한다.
최종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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