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불예금도 보름 새 12조 급감…두달 새 신용대출 7조 ↑
금융당국, '빚투' 주의 경고음 높여…고액 마통 대출관리 들어가
코스피는 지난해 10월 30일(2267) 이후 줄곧 치솟아 이번달 11일 장중 3266에 이르렀다. 불과 두 달 보름 만에 1000포인트 가까이 뛴 셈이다.
같은 기간 정기적금은 40조9856억원에서 41조1940억원으로 2083억원 늘었지만 지난해 12월 이후로는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다. 11월 말과 비교해 12월 한달간 1067억원 감소했고 올해 들어 14일까지 추가로 1270억원이 더 빠졌다.
단기 자금 성격의 돈이 머무는 요구불예금 잔고 수위도 최근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5대 은행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615조5798억원에서 지난 14일 603조8223억원으로 채 보름도 지나지 않아 11조7575억원이나 급감했다.
연초부터 이어지는 마이너스 통장 개설을 포함한 신용대출 행렬도 증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은행권의 시각이다.
14일 현재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35조5286억원으로, 지난해 말(133조6482억원)과 비교해 올해 들어서만 1조8804억원이 불었다. 증시가 본격적으로 급등세에 들어선 11월초 이후 증가액은 6조6835억원(10월말 128조8431억원→1월 14일 135조5286억원)에 이른다.
예·적금을 헐고 대출로 마련한 돈이 '블랙홀'처럼 주식 등 자산 시장으로 빨려 들어가는 현상은 한국은행 자금순환 통계에서도 뚜렷하게 확인된다.
지난해 3분기 가계의 자금 운용 상황을 부문별로 살펴보면,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22조5000억원)에 들어간 돈이 직전 2분기의 사상 최대 기록(21조3000억원)을 다시 넘어섰다. 전년 3분기(-8000억원)보다는 무려 23조원 이상 많다.
반면 예금 등 금융기관 예치금(24조5000억원)은 앞서 2분기(49조8000억원)보다 51% 줄어 지난해 3분기(27조3000억원)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가계는 53조2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는데 이 가운데 금융기관 차입이 52조6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2009년 통계 집계 이래 분기 최대 기록이다.
한은 관계자는 늘어난 차입, 2분기보다 줄어든 예금과 주식 투자와의 연관성에 대해서 "생계 부분도 같이 작용했겠지만 금융기관 차입에는 주택 거래량 증가에 따른 주택자금 수요와 주식 자금 수요도 분명히 있었다고 본다"며 "장기 저축성 예금 운용이 계속 줄고 단기로만 운용되고 있는 만큼 일부 예금 쪽에서 주식 투자로 빠지는 부분도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금융정책당국은 서서히 경고음을 높이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8일 주간업무회의에서 "투자자들이 기업실적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통해 '본인의 투자여력 범위 내'에서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5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빚투'로 투자할 경우 가격 조정에 따라 감내하기 어려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너무 과속하면 작은 충격에도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정책당국은 은행권과 공식·비공식 접촉을 통해 고액 대출 관리를 주문하고 있다. 일단 은행들로부터 월별·연간 대출 관리 계획을 받아 대출 증가율 조율 작업을 하고 있다. 은행별로 차이가 있긴 하나 주요 은행들은 대체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5% 안팎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욱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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