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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다시 국민 몫으로 돌아간 전직 대통령 사면론
  • 최종걸 주필
  • 승인 2021.01.18 11:2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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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박근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선고가 끝나자마자 사면을 말하는 것은 대통령의 권한이지만 정치인들에게 권리가 없다고 생각한다.”라면서 “과거의 잘못을 부정하고 재판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데 사면을 거론하는 것은 국민의 상식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전직 두 대통령의 사면론을 사실상 일축했다. 문 대통령은 "두 전임 대통령이 수감된 사실은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한 사태이며 두 분 모두 연세가 많고 건강이 좋지 않다는 말이 있어 걱정이 많이 된다."라면서도 "재판 절차가 이제 막 끝났다. 엄청난 국정농단과 권력형 비리가 사실로 확인됐고 국가적 폐해가 막심했고 국민이 입은 고통이나 상처도 매우 크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원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대단히 엄하고 무거운 형벌을 선고했다"라며 "선고가 끝나자마자 사면을 말하는 것은, 사면이 대통령의 권한이긴 하지만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에게 그런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어 "하물며 과거의 잘못을 부정하고, 또 재판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차원에서 사면을 요구하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서는 국민의 상식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저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라고 거듭 밝혔다. "다만 전임 대통령을 지지하셨던 국민도 많이 있고, 그분들 가운데는 지금 상황에 대해 매우 아파하거나 안타까워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라며 "그런 국민의 아픔까지 다 아우르는 사면을 통해 국민통합을 이루자는 의견은 충분히 경청할 가치가 있다. 언젠가 적절한 시기가 되면 더 깊은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에 대한 전제를 달았다. "그에 대해서도 대전제는 국민에게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국민이 공감하지 않는다면 사면이 통합의 방안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극심한 국론 분열이 만들어진다면 통합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통합을 해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적인 것과 대통령의 사면권은 엄연히 다르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라 마음대로 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인 사면은 검토한 적이 없다”라고 사면론에 대해 못을 박았다.

새해 벽두부터 정치권과 정가를 뒤흔든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일 연합뉴스와 신년 단독 인터뷰 때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라고 밝힌 이후 정치권부터 국민까지 찬반여론이 들끓었고 공방이 치열했지만 문 대통령은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라고 정리했다. 사면은 대통령만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지만 이마저도 국민의 몫으로 돌렸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이라는 점을 들었다. 사면론이 제기된 이후 지금까지 국민은 반반으로 찬성과 반대구도로 갈라섰다. 그만큼 사면론에 대해 거부감도 있었고 무슨 죄를 지었다고 구속했느냐는 적반하장격 찬성론도 팽배했다.

입법, 사법, 행정부로 삼권이 분리된 대한민국에서 사법부인 대법원이 내린 전직 대통령에 대한 무거운 죄를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사면권을 대통령은 행사하지 않고 국민 몫으로 돌렸다. 사면론이 불거진 전후 과정을 보면 양정철 민주연구원 전 원장이 군불을 지핀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는 미국으로 떠나기에 앞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동 시 사면론을 꺼냈고 이를 받아들여 이낙연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타칭 문 대통령 복심이라고 알려진 양정철 씨가 집권 여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사면론을 꺼냈다는 점은 양분된 국민통합의 길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때문에 이낙연 대표도 정치인으로서 마땅히 경청해야 할 사안이었을 것이다.

역시나 사면론은 먹고 싶지만 뜨거운 감자였다. 통합보다는 분노와 뭘 잘못했는데 안 풀어주냐는 오만이 맞섰다. 그렇다면 이를 제기한 양정철 씨가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말기에도 대연정을 구상해 밀어붙였다가 민심으로부터 멀어지는 화를 자초했다. 죄를 짓고도 사과 한마디 하기 어렵다는 이들에게 섣부른 사면을 건의한 어설픈 책사의 해프닝으로 끝난 사면론이다.

이제 사면론은 죄를 지은 자의 몫이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위법과 무능함에 대한 절절한 사과만이 사면론을 다시 꺼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대통령도 그 점에 방점을 둔 점으로 미루어 전직 대통령의 사면은 그들 자신에게 달린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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