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사법, 행정부로 삼권이 분리된 대한민국에서 사법부인 대법원이 내린 전직 대통령에 대한 무거운 죄를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사면권을 대통령은 행사하지 않고 국민 몫으로 돌렸다. 사면론이 불거진 전후 과정을 보면 양정철 민주연구원 전 원장이 군불을 지핀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는 미국으로 떠나기에 앞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동 시 사면론을 꺼냈고 이를 받아들여 이낙연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타칭 문 대통령 복심이라고 알려진 양정철 씨가 집권 여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사면론을 꺼냈다는 점은 양분된 국민통합의 길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때문에 이낙연 대표도 정치인으로서 마땅히 경청해야 할 사안이었을 것이다.
역시나 사면론은 먹고 싶지만 뜨거운 감자였다. 통합보다는 분노와 뭘 잘못했는데 안 풀어주냐는 오만이 맞섰다. 그렇다면 이를 제기한 양정철 씨가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말기에도 대연정을 구상해 밀어붙였다가 민심으로부터 멀어지는 화를 자초했다. 죄를 짓고도 사과 한마디 하기 어렵다는 이들에게 섣부른 사면을 건의한 어설픈 책사의 해프닝으로 끝난 사면론이다.
이제 사면론은 죄를 지은 자의 몫이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위법과 무능함에 대한 절절한 사과만이 사면론을 다시 꺼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대통령도 그 점에 방점을 둔 점으로 미루어 전직 대통령의 사면은 그들 자신에게 달린 셈이 됐다.
최종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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