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승용차·무선통신기기, 두 자릿수 증가율 기록
수출상대국 코로나 백신 조기 접종·미·중 무역갈등 변수 전망

▲ 1월(1일∼20일) 수출입실적(통관기준 잠정치, 단위 : 100만달러, %). 자료=관세청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새해 벽두 수출이 지난해에 비해 10% 넘게 증가했다. 반도체·승용차·무선통신기기 등의 수출 호조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축된 우리 경제에 청신호가 켜졌다. 주요 수출 상대국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의 조기 접종과 바이든 미국 신행정부의 대중국 통상 정책 방향에 따라 수출의 회복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번달 1∼20일 수출액(통관기준 잠정치)은 282억달러(약 31조원)로 지난해 동기 대비 10.6%(27.0억달러) 증가했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14.5일로 지난해와 같아 일평균 기준으로도 10.6% 증가했다. 월간 수출액은 지난해 11월 4% 증가로 돌아선 데 이어 지난달 증가율이 두자릿수로 확대되며 회복세를 보였다.

우리 수출의 주력 종목인 반도체 수출액은 두 자릿수 증가율(11.6%)을 보였다. 반도체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업무 활성화에 따른 클라우드서비스 기업발 대규모 서버수요가 급증한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더해 공급은 제한돼 내년 상반기까지 D램 가격 상승이 지속되면서 업황 개선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승용차도 하반기부터 시작된 반등세를 새해 첫달에도 이어가고 있다. 15.7%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며 반도체의 뒤를 받치고 있다. 무선통신기기 부문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통신수요의 증가와 스마트폰 신제품의 출시 등에 힘입어 펜트업(Pent-up·억눌린) 소비가 폭발하면서 60.5%의 급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석유제품(-45.6%)은 지난 한 해 평균 수출 감소폭(-40.7%)을 뛰어넘어 새해에도 부진세를 면치 못했다. 석유제품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국의 이동제한 조치로 항공유 및 수송유 중심의 글로벌 석유 수요가 감소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락함에 따라 수출단가가 하락하며 큰 타격을 입었다. 모바일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컴퓨터 주변기기(-1.1%) 등도 소폭 줄었다.

수출 상대국별로는 중국(18.6%), 미국(18.6%), 베트남(13.4%), 유럽연합(EU·16.0%) 등으로는 늘었지만 일본(-10.9%)과 중동(-15.1%) 등으로는 감소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에 따라 영국은 이번달부터 EU 통계에서 빠졌다.

수입은 286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4억2000만달러)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수출액보다도 4억달러 많다. 반도체(22.5%), 무선통신기기(20.5%), 기계류(6.2%) 등이 늘었고 원유(-40.9%), 가스(-15.1%), 석유제품(-40.5%) 등은 줄었다. 수입 상대국별로는 일본(29.9%), 중국(8.1%), EU(6.6%) 베트남(3.5%) 등은 증가했고 미국(-12.4%)과 중동(-37.4%) 등은 감소했다.

정부는 우리 경제 회복의 가늠자로 수출을 꼽고 수출 증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수출 중소기업을 찾은 뒤 페이스북을 통해 "수출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선방하며 올해 경기 반등 모멘텀을 주는 일등 공신이 되리라 보인다"며 "정부는 수출기업들이 판로를 개척하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결집해 총력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우리 수출의 관건으로 코로나19 백신의 조기 보급에 따른 수출상대국 경제회복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에 따른 미·중 갈등의 격화 가능성이 꼽힌다. 한국은행은 '2021년 세계경제 향방을 좌우할 7대 이슈' 보고서를 통해 "당초 예상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글로벌 경제 회복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반중 연대 압박과 중국의 보복 가능성이 심화되면서 갈등이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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