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경제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공매도로 나라 안팎이 시끄럽다. 금융감독당국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주식시장 패닉을 방지하고자 공매도 금지를 한 지 1년만에 재개에 나서려 시동을 걸었지만 녹록지 않다. 전통적인 시장의 큰손들인 기관투자가들은 공매도 재개를 이제나 저제나 바라고 있지만 1년 새 힘이 무척 세진 개인투자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2021년 IMF 연례협의'에서 안드레아스 바워 IMF 한국미션단장(아시아태평양 부국장)이 "코로나19 이후 한국 금융 시장은 많이 안정된 것으로 보이고 경제도 회복하고 있다"며 "공매도 재개가 가능한 시점이라고 본다. 공매도 전면금지는 시장효율성 측면에서 큰 비용을 수반할 수 있다"고 밝혀 계획대로 공매도 재개를 추진하려던 우리 금융감독당국에 힘을 실어줬지만 개인투자자들은 강경반대론이 대세다.

지난달 30일부로 마감된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영원한 공매도 금지를 청원합니다'라는 제하의 청원에는 20만6464명이 참여해 개미투자자들의 열의를 느낄 수 있다. 1일 리얼미터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반대 여론(60.4%)이 찬성 여론(24%)을 두배 반 넘는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찬성 25.9%, 반대 57.3%), 국민의힘 지지층(19.0%, 64.7%), 무당층(32.6%, 49.4%) 등 정치적지지 성향에 상관없이 모두 찬성보다 반대가 훨씬 많았다.

공매도는 나라 밖에서도 이슈거리다. 미국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게임업체 '게임스탑'에 대한 대규모 공매도투자를 한 헤지펀드들을 응징하기 위해 반발매수에 들어갔다. 그 결과 해당업체의 주식 가치는 폭등했고 공매도투자한 헤지펀드사 멜빈 캐피털은 지난 1월 한달 새 투자자산의 절반이 넘는 8조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가히 10년전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street)' 시위가 주식시장에 재연된 양상이다.

이렇듯 국내외에서 공매도를 둘러싼 소동이 끊이지 않고 여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우려가 커지자 금융위원회는 당초 3월 16일 재개 예정이었던 공매도 허용 일정을 조정하기로 했다. 9월 도입 예정이었던 '통합 개인 대주(주식 대여) 시스템' 개발을 오는 5~6월까지 마무리 지은 뒤 공매도를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금융감독당국은 조급한 마음에 공매도 재개의 당위성만 강조하기보다는 이렇듯 그동안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비판받은 공매도 시스템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철저히 점검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마음을 얻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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