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잔고 많은 셀트리온·에이치엘비·두산인프라코어 급등락
김용범 기재차관, "시장 변동성 높이는 군집행동 예의주시"

▲ 미국에서 일어난 공매도투자를 둘러싼 개인투자자들과 헤지펀드들간의 '게임스톱(Gamestop)' 전쟁의 불씨가 국내 주식시장에도 옮겨 붙었다. 개인투자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공매도잔고가 많은 종목을 대상으로 적극적 매수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화면에 증시 개시 후 초반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미국에서 일어난 공매도투자를 둘러싼 개인투자자들과 헤지펀드들간의 '게임스톱(Gamestop)' 전쟁의 불씨가 국내 주식시장에도 옮겨 붙었다. 개인투자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공매도잔고가 많은 종목을 대상으로 적극적 매수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국내 주식시장이 글로벌 시장 흐름 영향을 받아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판단 아래 게임스톱 같은 시장참가자들에게 영향을 주는 군집행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등 개인투자자단체들은 공매도 반대 운동의 일환으로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 등을 시작으로 공매도 비중이 큰 종목을 대상으로 한 집단매수 행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8일 기준 셀트리온은 공매도 잔고가가 2조598억원으로 국내 주식 가운데 가장 많았고 에이치엘비는 3079억원으로 코스닥시장에서 가장 많아 '공매도 대장주'로 꼽혀왔다.

이날은 전날 큰 폭으로 올랐던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 등이 약세로 돌아선 대신 두산인프라코어 주가가 오전 급등했다가 오후 들어 수그러들었다. 두산인프라코어 주주들은 온라인 종목 토론 게시판 등을 중심으로 공매도에 맞서 주식을 매수하는 이른바 '두인스탑' 운동을 벌였다. 공매도 비중이 큰데 주가는 최근 거래일 기준 8000원대로 저렴해 주주들이 뭉치면 충분히 '한국판 게임스톱'이 될 여력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잔고 비중은 5.04%로 코스피 2위다. 공매도 잔고 금액은 약 909억원, 잔고 수량은 1087만2849주다. 또 현대중공업그룹으로의 매각에 앞서 인적분할로 인한 주주명부 폐쇄 이전에 공매도 상환이 이뤄져야 하므로 '두인스탑'이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주주들은 9주, 99주, 999주 단위로 두산인프라코어 주식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두인스탑' 운동에 동참하는 신호를 보냈다. 실제로 이날 두산인프라코어 호가창을 보면 9주, 99주, 999주 단위로 체결되는 매수가 상당히 많았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를 둘러싼 풍부한 증시 주변자금을 고려했을 때 향후 주식 매수 운동의 잠재력은 크다"면서도 "국내에서는 공매도 제한이 1년 가까이 지속해 '숏스퀴즈'(공매도 잔고가 많은 상황에서 주가가 하락하지 않고 폭등하는 현상)를 유발할 투기적 공매도 규모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당국도 주식시장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지난주 미국 증시에서 게임스톱 등 일부 종목을 둘러싸고 벌어진 사태는 시장참가자들의 군집행동이 시장의 변동성을 높인 대표적인 사례"라며 "다수의 시장참가자가 실시간으로 투자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디지털 거래 환경에서 '게임스톱 사태'와 같은 군집행동이 빈번하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그 파장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국내 주식시장은 글로벌 금융시장 흐름의 영향을 받으며 주가 등락을 반복하는 등 변동성이 다소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미국 일부 종목 주가 변동성 확대 지속 여부 및 헤지펀드 등 기관 투자자 매매동향, 미국 경기부양책 의회 논의 동향 등에 따라 당분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관련 동향을 각별히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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