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요구불예금 10조 빠져…증시·금·가상화폐 몰려
전문가, "상승·하강 힘 세져…불확실성 커" 투자 주의 당부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기록적인 저금리로 시중에 유동성이 대규모로 풀리면서 증시 등 자산시장으로 돈의 대이동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기록적인 저금리로 시중에 유동성이 대규모로 풀리면서 돈의 대이동이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을 1년 경험하고 올해는 백십 접종에 의해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각종 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확산돼 자산가격들이 들썩이고 있다. 인터넷·유튜브 등을 통해서 투자자간 정보 비대칭성이 상당 부분 해소되고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소외 공포))'신드롬까지 더해지면서 왕성한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를 촉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따른 집단 면역 형성까지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에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1월 말 요구불예금(MMDA 포함)은 637조8555억원으로, 한달새 9조9840억원 줄었다. 요구불예금은 수시입출금 예금,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 등 예금자가 언제든 찾아 쓸 수 있는 예금으로, '대기 자금' 성격이 강하다.

썰물처럼 빠져나간 10조원은 밀물이 돼 각종 투자처로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연말에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국내외 주식을 비롯해 각종 자산에 대한 투자심리 자체가 고취돼 각종 자산으로 돈이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투자자예탁금(장내 파생상품 거래예수금 제외)은 1월 평균 68조9528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0.8%(6조7000억원) 늘었다. 투자자예탁금은 1월 11∼13일에는 7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1년간 코스피에서 47조원, 코스닥시장에서 16조원 등 총 63조 이상을 사들인 데 이어 새해에도 1월 한달간 전체 증시에서 27조988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자산이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 등 국내 5대 증권사(자기자본 순)에 10억원 이상 예치한 자산가는 총 5만623명으로, 2019년 말 3만3030명에서 53.3%(1만7593명) 늘어났다. KB증권을 제외한 4개 증권사의 1억원 이상 고객 수는 2019년 말 45만4200여명에서 지난해 말에는 75만400여명으로 65%(29만6200명) 증가했다.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졌다. 신한은행을 제외한 4대 은행의 1월 골드바 판매액은 90억4000만원이다. 절대 액수는 주식 투자에 비할 바 아니지만 한달 전보다 103.1%나 늘어난 수치다.

위험성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 가상화폐 투자 동향도 심상치 않다. 암호화폐 정보 웹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국내 거래소 업비트의 24시간 거래대금은 지난해 11월 10일 오전 8시 기준 6283억원에서 지난 2일 정오에는 6조200억원을 기록했다. 또 다른 거래소인 빗썸에서는 고객 예치금이 2020년 말 기준으로 1년 전보다 200% 넘게 증가했다. 올해 1월에는 지난해 말보다 36% 더 늘었다.

이런 대규모 투자 움직임은 저금리 아래 최소한의 수익이라도 얻으려는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경기가 좋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에 돈을 넣어봐야 이자율이 1%도 안 되는 상황에서 최소한 인플레이션이라도 방어할 수 있는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금은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인데 이보다 더 위험 성향을 가진 투자자는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에 나선다"고 말했다.

문제는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의 일중 변동률은 평균 2.5%로 지난해 평균 1.7%보다 컸다. 월간 기준으로 보면 1월은 평균 2.6%의 변동률을 보여 코로나19로 '증시 패닉'이 찾아왔던 지난해 3월 평균(4.3%) 이후 최대였다.

일중 변동률은 당일 지수의 '고가와 저가의 차이'를 '고가와 저가의 평균치'로 나눈 값을 말한다. 즉 당일 지수의 평균값 대비 변동 폭의 비율을 나타낸 것으로 지수가 위·아래로 크게 움직일수록 값은 커진다.

종가 기준으로 지수가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경우도 많았다. 지난달 코스피가 2% 이상 오르거나 하락한 날은 9거래일로 월간 기준 지난해 3월(15거래일) 이후 가장 많았다. 이번달 들어서는 하루 있었다.

기준금리가 한동안은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되고 개인 투자자의 유입이 활발해지면서 한동안 투자 열기가 계속해서 뜨거울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이 잠재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할 것을 당부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수가) 급하게 오름에 따라 급등락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도 있고 수급이 강하게 들어오면서 시세가 급변하고 있다"며 "이전엔 외국인과 기관이 수급 공방을 했다면 지금은 개인까지 뛰어들면서 더 치열해졌다. 시장이 상승의 힘도, 조정의 힘도 굉장히 강하다"고 진단했다.

황 연구위원은 "올해는 백신 접종에 따른 면역 체계 형성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며 "하지만 자꾸 변이 바이러스가 나와 백신이 소용없을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 상황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