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 테슬라·NY멜론은행 이어 비트코인 투자대열 합류
"발행량 한정, 상승 랠리 기대"…기업재무담당, "변동성 우려" 신중론

▲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전통 금융기관들이 잇따라 대표적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 투자를 선언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5800만원을 넘어서며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비트코인이 주식·채권·금과 같은 전통적인 자산을 대체하는 새로운 자산으로 자리매김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하지만 변동성이 너무 크고 적절한 가치평가 수단이 부재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대형 투자기관과 은행들은 최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나 관련 파생상품을 적격 투자대상 또는 업무 대상으로 삼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릭 리더 글로벌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에 출연해 "물가가 계속 오르고 빚이 늘어날 것이란 가정 하에 가치가 오를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다"며 "우리는 그것(비트코인)을 조금 해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훨씬 더 많은 현금을 보유 중"이라면서 "듀레이션(투자자금 회수기간)도 금리도 헤지 수단으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자산으로 다각화하는 것이 타당하다. 현금 자산의 일정 부분을 암호화폐와 같은 것으로 보유하는 게 내게는 타당해 보인다"고 비트코인 투자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블랙록은 지난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비트코인 선물을 2개 펀드의 잠재적 투자 대상으로 추가한 바 있다. 뉴욕에 본사를 둔 블랙록은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8조680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회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달에 들어서만 미국의 초대형 금융기관 세곳이 비트코인 결제 생태계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했다. 뉴욕멜론은행은 비트코인에 달러와 금, 채권 등의 금융상품과 동등한 수준의 거래 체계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고 마스터카드는 올해 안에 비트코인을 자사 결제 시스템에 편입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테슬라는 지난 8일 미 증권거래위원회 공시를 통해 15억달러 어치의 비트코인을 사들였고 자사 전기자동차 구매에 비트코인을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전격 발표함으로써 비트코인 가격 급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애플과 트위터, 우버 등 글로벌 IT기업들도 비트코인 매수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폴 튜더 존스와 앨런 하워드, 스탠리 드러멘밀러 등 대형 헤지펀드 투자가들도 비트코인 투자에 뛰어들며 비트코인 시장이 기관 주도 판세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과거 개인투자자 일변도 시장에서처럼 가격이 급등락하지는 않으면서 안정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시장은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캐나다에서 최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처음으로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도 제도권 편입 기대를 높이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은 발행량이 한정돼 있는데 글로벌 투자기관이 투자적격 자산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수요가 늘어난 것이란 기대에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기업 재무담당 임원들은 높은 변동성 위험을 우려하며 아직 비트코인 투자에 조심스런 입장이다. 지난 17일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가 최근 기업 재무담당 임원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8명꼴로 회사 자산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할 의향이 없다는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앞서 테슬라가 약 15억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에 투자한 사실을 밝힌 뒤 이뤄진 이번 설문에서 조사에 참여한 77명의 기업 재무담당 임원 중 84%가 비트코인 투자에 부정적인 의사를 밝혔다. 이 조사에서 투자 의사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16%에 그쳤으며 연내 투자 의향을 밝힌 응답자는 5%에 불과했다.

알렉산더 반트 가트너 리서치책임자는 "기업 자산으로서 비트코인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쟁점이 많다"며 "이런 부분이 명확해질 때까지 빠른 확산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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