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가계대출 44.5조↑·신용대출 24.2조↑ '역대 최대폭'
한은, "지난해 11월 DSR 추가 규제 등,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 필요"

▲ 가계신용 변동추이. 자료=한국은행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우리나라 가계가 지고 있는 빚(신용)이 1726조원을 넘어서며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생활고, 부동산값 폭등과 주가 급등에 따른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빚투(대출로 투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특히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고강도 '대출조이기'에도 지난해 4분기 3개월(10∼12월)간 카드대금을 빼고도 가계대출만 약 45조원 가까이 증가하면서 그 심각성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4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4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726조1000억원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3년 이래 가장 많았다. 2003년 이전 가계신용 규모는 지금보다 훨씬 작았기 때문에 4분기 잔액이 사상 최대 기록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 빚(부채)'을 말한다.

4분기 가계신용은 3분기 말(1681조8000억원)보다 44조2000억원(2.6%) 늘었다. 이 증가 폭은 2016년 4분기(46조1000억원), 2020년 3분기(44조6000억원)에 이어 세번째 기록이다. 지난해 연간으로는 모두 125조8000억원의 가계신용이 증가했다. 2016년(139조4000억원) 이후 4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이다.

가계신용 중 판매신용(카드대금)을 빼고 가계대출만 보면 4분기 말 현재 잔액은 1630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역시 사상 최대 수준이고 4분기 증가액(44조5000억원)도 2003년 통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았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잔액 910조6000억원)은 4분기에만 20조2000억원 불어 증가폭이 3분기(17조4000억원)보다 더 커졌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잔액 719조5000억원)도 4분기에 24조2000억원이나 뛰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신용대출 규제에도 불구, 증가액은 3분기(22조3000억원)보다 늘었고 2003년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많았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지난해 11월 13일 가계 신용대출에 대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추가 규제 등의 발표가 있었지만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추이를 창구별로 보면 3분기 말과 비교해 예금은행에서 28조9000억원, 상호저축은행이나 신용협동조합 등 은행은 아니지만 예금을 취급하는 기관에서 6조6000억원, 보험회사 등 기타금융기관에서 8조9000억원의 대출이 늘었다.

4분기 판매신용 잔액은 95조9000억원으로, 신용카드사를 비롯한 여신전문회사를 중심으로 3분기보다 2000억원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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