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설부동산팀 장진구 기자

대타협은 힘들어 보인다. 대립은 갈수록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전북도지사는 삭발을 감행했고 진주시장은 ‘혁신도시 반납’을 외치는 등 영·호남은 지금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유치를 놓고 ‘결사항전’을 벌이고 있다.

이 와중에 여권에서 신공항 백지화에 따른 ‘영남 민심 달래기’용으로 LH를 진주로 옮길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문제는 더욱 꼬이고 있다.

LH 본사 이전 문제는 전혀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공사 통합 당시부터 불거진 ‘해묵은’ 문제였다. 두 곳으로 각자 나눠 갈 기관이 한 개로 합쳐지면서 이를 둘러싼 지역간의 갈등은 이미 예고된 셈이다.

이같은 갈등을 유발한 자는 정부다. 정치논리와 지역 이기주의에 발목이 잡혀 이미 결정지었어야 할 사안을 방기한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분산배치 한다”고 했던 정부는 지난해 다시 "한곳으로 옮긴다"고 번복했다. 제대로 된 기준도 없이 눈치만 보며 시간만 질질 끌다 결국 화만 키웠다.

LH 본사 이전은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에서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위원회는 양 지자체의 합의만을 종용했을 뿐 중재하려는 노력이나 대안 마련에는 소극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기관의 혁신도시 이전이 본격화되고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동남권 신공항 건설사업 백지화와 맞물려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LH 이전지 결정의 조속한 처리를 주문하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올 상반기'로 못 박아진 이전지 결정 시한이 다가오면서 '유치전'이 뜨거워지는 만큼 지역간 갈등의 폭도 깊어지는 양상이다.

이럴 때 일수록 정부는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사태보다 수습하기조차 더욱 힘든 상황으로 내몰리기 전에 초심으로 돌아가 원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원칙은 바로 국익이다. 이는 지역발전이란 명분으로 정략적 논쟁을 일삼는 정치권의 입김이나 지역민들의 목소리보다 더욱 중요한 최상위 명제다.

신공항 백지화에 따른 ‘경남 일괄배치론’과 ‘기능별 분산배치’를 주장하며 여·야가 힘겨루기에 나설 게 불 보듯 뻔하지만 정부는 정치적 계산이나 지역안배 등에 휘둘리지 말고 국익과 효율성이란 최우선 원칙을 확고히 지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상황에 따라 기준이 달라진다면 정부의 신뢰는 추락할 수 밖에 없다. 온갖 불신만 팽배해지고 민심만 흉흉해 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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