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사서삼경' 강의 통해 유가 핵심 사상 배워"
"모든 사람이 조화롭게 사는 대동사회 원리 공부"
"한자 배우면 고전 익혀 옛사람과 벗 될 수 있어"

▲ 지난달 25일 서울 성동구 연구실에서 만난 김언종 고려대 한문학과 명예교수가 이 시대 사서삼경 공부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현수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전통시대 우리나라는 중국으로부터 한자(漢字)를 받아들임으로써 선진 문명의 정수를 빠르게 흡수해 우리 문화의 발전과 성숙에 크게 활용했다. 그 중에서 유가(儒家)의 대표적 저술인 '사서삼경'(四書三經)은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 국민들의 정신세계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다. 오는 4일부터 유튜브를 통해 대중을 상대로 한 사서삼경 강의를 함으로써 동양 고전의 지혜를 더욱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인 김언종 고려대 한문학과 명예교수를 지난달 25일 서울 성동구 연구실에서 만나 이 시대 사서삼경 공부의 의미에 대해 들었다.<편집자 주>.

김언종(金彦鍾) 교수는 2018년 2월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직 정년 이후에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매주 화요일에는 실학 연구자들의 연구모임인 실시학사(實是學舍)에서 2017년에 돌아가신 설립자 벽사(碧史) 이우성(李佑成) 선생(전 성균관대 교수)의 유지를 받들어 경학반을 이끌고 있다. 현재 10여명의 소장 학자들과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최후의 역작인 『상서고훈(尙書古訓)』을 번역하고 있다.

수요일에는 고려대와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한학의 기초가 되는 중국 고대 은주(殷周)시대 고문자(古文字)의 변천과정을 살피며 글자 하나하나의 형태와 음을 익히게 해 한문고전 연구에 들어선 후학들의 기초를 다져주고 있다. 또 수요일 저녁에는 고려대 평생교육원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유학의 대표적 고전인 사서삼경 강의를 했었다. 2013년에 시작된 이 강의는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쉬고 있지만 매회 수강생이 200명을 넘길 정도로 인기 강좌였다.

지난달 25일 서울 성동구 연구실에서 만난 김언종 고려대 한문학과 명예교수가 서가에서 책을 빼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현수 기자

◇코로나시대 유튜브 강의로 대중의 쉬운 한자 접근 도와

궁즉통(窮則通)이요,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고 했던가. 대중강연이 힘들어지자 비대면으로도 다수의 수강생을 만날 수 있는 유튜브가 눈에 들어왔다.

김 교수는 유튜브 채널 '한자 잘 알려주는 노인(한잘알)'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우리 언어생활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한자를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그때 그 때 시사와 관련된 한자어를 풀어 보이고 있다. 보통 10분에서 15분 분량으로 일주일에 두 세 편이 올라오기도 하는 영상에는 당시 뉴스의 중심이 된 인물의 이름, 시사용어, 고사성어 등에 쓰인 한자 하나하나의 생성원리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과거 일간지에 다년간 시사한자 뜻풀이 기고를 한 경험이 있는 만큼 당대 대중들이 관심을 가질법한 한자를 추리는 데는 남다른 감각이 있기도 하다. 지난해 추석에 '가황(歌皇)' 나훈아(羅勳兒)의 공연이 뜨거운 화제 속에 방영된 뒤에는 관련 영상을 띄우자 구독자가 배 이상 늘어나기도 했다.

◇한자 익히면 동양 문명 정수 마음껏 즐길 수 있어…단계 밟아 배우면 어렵지 않아

김 교수는 "한문을 익혀 놓으면 세계 4대문명의 하나인 중국 황하문명 이래로 3000년 동안 위대한 선각자·지식인들이 글로 남겨 놓은 귀중한 보물들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며 "'상우고인'(尙友古人·위로 옛사람과 벗을 한다)이라는 말처럼 공자·맹자·묵자·양주·주자·왕양명 등 무수한 사상가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 또 8만여권 8억자에 이르는 『사고전서(四庫全書)』와 우리 조상들 문집을 정리한 방대한 분량의 『한국문집총간(韓國文集叢刊)』을 통해 중국과 우리의 전통시대를 속속들이 알 수 있다"고 한문 공부의 묘미를 소개했다.

이어 "'한문이 어렵다'고 느끼는 것은 예전에 '한문에 문법이 없다'고 생각해서 기계적으로 문장을 외우기만 했기 때문"이라며 "우선 한자 하나하나의 생성원리를 배워 개별 한자의 뜻과 음에 대한 감을 익힌 다음 요즘 학생들에게 익숙한 영어 문법처럼 한문 문법을 배우고 사서삼경을 비롯한 고전을 숙독한 뒤 다른 한문 문헌으로 공부 범위를 넓혀 갈 것"을 권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성동구 연구실에서 김언종 고려대 한문학과 명예교수를 만나 이 시대 사서삼경 공부의 의미에 대해 들었다. 사진=김현수 기자

◇사서삼경, 대동사회 꿈꾼 유가 사상 핵심 배울 수 있어

김 교수는 "사서삼경 가운데서도 특히 사서(四書)는 12세기 중국 송대 주자가 신유학을 정립하는데 핵심 역할을 한 이래로 사서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어떤 사상도 이해할 수 없는 독존적 지위를 누리게 됐다. 중국의 주류 사상이 된 유학에 대한 지지나 비판, 융합 모두 사서에서 비롯된다"며 사서 공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사서삼경의 정신은 『논어(論語)』 「이인(里仁)」편에 나오는 '조문도 석사가의'(朝聞道 夕死可矣·아침에 도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에 집약돼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며 "공자가 지향한 '도(道)'는 어떤 종교성을 띄는 신비한 원리 같은 것이 아니다. 이 사회 모든 구성원이 공평하면서도 조화롭게 사는 행복한 사회 즉 대동사회(大同社會)를 살 수 있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원리·원칙을 말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런 공자의 생각을 항상 되새기며 개인 연구실을 '도가재(道可齋)'로 이름 붙였다.

첫 교재인 『논어』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구절을 묻자 김 교수는 「자장편」에 나오는 '기생야영, 기사야애'(其生也榮,其死也哀) 여덟글자를 든다. 이는 제자 자공(子貢)이 스승의 삶에 대해 내린 평어(評語)이다. 공자와 한 시대에 태어나 공자의 영광스런 삶을 함께 할 수 있었음이 무한한 영광이었고 수많은 허망한 삶과 달리 돌아갔을 때 모든 사람이 진정으로 슬퍼했다는 의미를 담은 말이다.


김 교수는 "누구나 이런 삶을 지향해야 한다"며 "어떤 사람과 한 시대를 사는 것이 치욕이거나 누군가가 죽었을 때 '축 사망(祝 死亡)'이라도 외치고 싶은 경우가 빈번한 메마른 요즘 세상이기에 이 여덟 글자는 심금을 울린다"고 소회를 밝혔다.

◇일방통행식 강연이 아닌 시청자도 실시간 참여하는 소통형 강연 목표

이번에 진행할 유튜브 사서삼경 강의는 매주 목요일 저녁 7시에서 9시까지 실시간으로 방송한다. 유튜브 채널에 기록물로도 계속 남아 전 세계 어디서나 필요할 때마다 볼 수 있게 함으로써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게 됐다. 대략 『논어』 1년, 『맹자』 2년, 『중용』·『대학』 각 1년, 『시경』·『주역』 각 2년, 『서경』은 중요부분만 뽑아 6개월 정도가 걸릴 예정이다.

과거 한 강연에서 어떤 청중이 처음부터 계속 졸기만 해서 그 사람을 깨우기 위해서 갖은 재담과 방법을 동원했지만 끝날 때까지 깨우지 못해 자신의 강연 능력을 한탄하기도 했다는 김 교수는 "이번 사서삼경 강의는 절대 지루하지 않게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고전 문장의 원뜻을 살리면서도 그와 관련된 다양한 고사를 풀어내는 '이야기 사서삼경'이 될 것이란다. 또 일방적인 강의전달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질문도 받고 때로 해당 분야의 전문가나 관심있는 시청자들도 참여해 대화도 하는 입체적인 강연을 계획하고 있다.

김 교수는 "학계도 전문가 그룹에서만 읽히고 일반인에게는 잘 안 알려지는 연구논문만 학문적 업적으로 인정할 것이 아니라 대중을 상대로 한 기고·강연·유튜브 활동 등도 학문 활동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과거 번역은 논문보다 학문적으로 저평가 받다가 지금은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학계에서도 전문 연구자들의 대중 교양 강좌 활동과 저술에 긍정적 평가를 한다면 대중성과 전문성 모두 갖춘 수준 높은 인문학 강연자·저술가들이 많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성동구 연구실에서 만난 김언종 고려대 한문학과 명예교수가 컴퓨터로 문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김현수 기자

◇다산의 장·단점 모두 기술해야 총체적 접근 가능…'박문약례' 자세로 학문 연구

『논어』에 대한 중국·한국·일본의 다양한 학설을 종합해 비교 분석한 다산 정약용의 『논어고금주』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후 40여년 동안 이를 널리 알린 김 교수는 "다산 선생은 위대한 분이었지만 학설에 있어 소소한 문제점도 없지 않다"며 "그 동안 국내 다산학 연구에서 금기사항처럼 여겨진 다산의 한계점도 드러냄으로 다산을 좀 더 다각도로 연구해 후배들의 학문 연구에 디딤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다산 주역 해석의 문제점을 꼽는다. 주역 해석은 크게 주역에 담긴 윤리·도덕적 의미를 궁구하는 '의리학'(義理學)과 사물의 현상을 부호화 혹은 수량화해 사물의 관계와 변화를 추측하는 '상수학'(象數學)으로 나뉜다.

다산은 이 중 상수학에 몰입해 주역 한 구절 한 구절이 정교하게 만들어진 기계 메커니즘처럼 이뤄진 완벽한 구조라고 믿었고 세상원리가 이에 정확히 반영돼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김 교수는 "대략 3000년 전에 만들어진 주역 본문 속에 삼라만상과 모든 우주 현상의 원리가 반영돼 있다는 것은 주역 공부를 하면 할수록 믿기 어렵다"는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과거 고전을 달달 외울 정도로 사서삼경을 숙독한 선배 학자가 수업 시간 전에 꼭 다시 한 번 강의 할 부분을 숙독하는 모습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아 자신도 그렇게 하려 노력한다는 김 교수는 후학들에게 "평균수명이 90을 바라보는 시대이니 만큼 '박문약례(博文約禮)'라는 공자 말씀처럼 60대 중반까지는 전공이라는 뚜렷한 중심 말뚝을 박아 놓고 학문의 외연을 넓혀가되 정년 이후로는 이를 수렴·정리함으로써 학문적 성취를 얻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언종 교수 약력
▲1952년 경북 안동 생 ▲경희대 국문과 졸업 ▲대만 국립사범대 석·박사 ▲경희대 중어중문학과 전임강사·조교수 ▲고려대 한문학과 부교수·정교수 ▲한국실학학회 회장 ▲한국경학학회 회장 ▲한국고전번역학회 회장 ▲『정다산논어고금주원의총괄고징(丁茶山論語古今註原義總括考徵)』, 『한자의 뿌리』1·2권 등 저서, 『한자의 역사』·『다산의 경학 세계』 등 역서 다수 ▲현 고려대 한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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