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설경제팀 원나래 기자

한국전력 산하기관인 발전 5개사(社)의 요즘 행보가 화제다.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가 그간 한전의 산하기관이었던 5개 발전사를 올해부터 정부의 통제를 받는 '시장형공기업'으로 지정하면서 보폭을 넓히고 있기 때문.

특히 지경부가 "발전사는 한전의 부당한 경영간섭이나 감사요청 등을 거부할 수 있고 한전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지경부 장관에게 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고 못 박았고 해외자원개발이나 원자력사업을 제외한 해외발전사업을 독자 추진할 수 있도록 해 발전사들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모양새다.

그러자 그간 '맏형' 노릇을 하던 한국전력의 어깨가 푹 쳐진 것은 당연한 일. 김쌍수 사장은 취임 후 줄곧 "전력산업구조개편으로 조각난 한전을 다시 하나의 한전으로 합치자"고 했지만 결국 물거품이 됐다.

특히 오는 8월부터는 공공기관장의 물갈이마저 본격화될 예정이어서 에너지공기업의 맏형이라 불리는 한국전력 김쌍수 사장의 거취는 올 공공기관장 인사의 핵심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사장의 유임 여부에 따라 오는 10월로 예정된 발전사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져 삼성동 일대는 인사를 둘러싼 무성한 소문들로 민감한 상황.

김 사장은 취임후 줄곧 지난 1999년 전력산업구조개편으로 조각난 한전을 다시 하나의 한전으로 합치자고 강조해왔으나, 올해 정부가 내놓은 개편안은 ‘발전사를 한전이 아닌, 정부의 통제를 받는 시장형공기업’으로 지정, 이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전의 발전사 장악력은 이전보다 줄어들면서 이른바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하게 된 것.

실제로 이달 초 발전회사협력본부가 주축이 된 5개 발전사들의 해외사업 조정 실무협의회가 구성되면서 모기업인 한전으로부터의 독립행보가 시작됐다.

더욱이 얼마전 한전이 주축으로 발전사들과 함께 연료구매 자회사를 차리려 했으나, 이마저도 발전사들에게 거절당하며 왕따(?)아닌 왕따를 당했다.

한 발전사의 관계자는 한전에게 보장된 경영권 중 원전 수출협상에 관한 부분도 앞으로 한전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적다고 판단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 전력개편안은 한전이 머리를 잘못 쓴 결과다. 제 손으로 제 눈을 판 격”, “팔 다리 잘린 한전, 신의 직장이라는 말도 옛말이다.”

그간 다섯 형제들을 앞세워 대장 노릇을 해온 한전의 앞날이 상당히 고달플 것임을 짐작케 한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부디 대한민국 대표 공기업답게 한전은 이번 전력개편안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아, 새로운 비상을 할 수 있는 전력산업계의 '맏형'다운 모습을 보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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