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반도체 등 수출호조…코로나19 여행수지 적자 ↓
'서학개미' 영향 내국인 해외투자 110억달러 ↑…사상 최대 증가

▲ 월별 경상수지(억달러, %). 자료=한국은행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경상수지가 9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승용차·반도체 등의 수출 호조로 상품수지 흑자가 늘어난 반면 코로나19 영향으로 여행수지 적자 등은 준 탓이다. 이른바 '서학개미'에 힘입어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는 110억달러 가까이 늘면서 사상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1월 경상수지는 70억6000만달러(약 8조343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지난해 5월 이후 9개월째 흑자일 뿐 아니라 지난해 같은 달(5억8000만달러)보다 64억8000만달러나 많다. 또 1년 전 같은 때와 비교했을 때 8개월 연이어 흑자 폭이 커졌다.

상품수지 흑자가 57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6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수출(466억6000만달러)이 1년 전보다 9.1%(38억8000만달러) 늘었지만 수입(409억3000만달러)은 1년 전(407억1000만 달러)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수출의 경우 국제 교역이 회복하는 가운데 승용차·정보통신기기·반도체 수출이 좋았다. 통관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1월 수출은 승용차가 42.8%, 정보통신기기가 37.1%, 반도체가 20.6% 늘었다.

이성호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작년 말부터 수출이 상당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최근 원자재 가격이 오른다지만 점차 원유가 미치는 영향이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유와 가스 도입 물량을 보면 2019년에 각각 700억달러, 240억달러였고 지난해에 450억달러, 190억달러였다"며 "그런데 올해는 2월까지 원유는 80억달러, 가스는 54억달러 정도 도입했다. 가격이 오르면 상품수지에 당연히 마이너스 영향을 주겠지만 과거보다 그 영향은 훨씬 작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월 서비스수지 적자 규모(6억1000만달러)는 지난해 1월(29억9000만달러)보다 23억8000만달러 줄었다. 특히 여행수지 적자(5억5000만달러)가 8억6000만달러나 축소됐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출국자 수가 97%나 급감했기 때문이다.

선박·항공 운임지수가 급등한 덕에 운송수지도 지난해 1월 1억1000만달러 적자에서 올해 1월 10억3000만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7월(+1000만달러) 이후 7개월 연속 흑자 기록이다.

본원소득수지 흑자(23억6000만달러)는 배당소득 증가에 힘입어 1년 전보다 7억2000만달러 불었다.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1월 중 52억8000만달러 늘었는데 직접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22억달러,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5억7000만달러 증가했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109억5000만달러 증가했다. 사상 최대 증가 폭이다.

내국인 해외투자는 지난해 4월 이후 10개월 연달아 늘었다. 이 가운데 주식은 2019년 9월 이후 17개월 연속 증가했다.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는 23억달러 늘었다. 외국인의 주식투자는 차익 실현 등으로 줄었으나 채권투자는 국부펀드 등 공공 자금 유입에 힘입어 증가 전환했다.

파생금융상품은 7천만달러 증가했다. 일부 금융회사에서 대출이 줄고 차입이 늘면서 기타 투자는 47억7000만달러 감소했다.

외환보유액에서 환율 등 비거래요인을 제거한 준비자산은 3억달러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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