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도시가스·전기 가격, 국제유가 ↑·연료비연동제 영향
국제 곡물가·한파·AI 영향 '밥상물가' 고공행진…공공요금 인상 대기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한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인한 시중 유동성 증가, 경기 회복의 기대감,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국제 곡물값 상승과 지난 겨울 한파의 영향으로 농축산식품 등 서민들이 체감하는 '밥상 물가' 상승폭이 지표 물가보다 훨씬 더 높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가운데 전기·도시가스 요금 등 에너지 가격과 공공요금마저 오를 조짐을 보여 서민 가계의 시름이 깊어질 전망이다.
액화석유가스(LPG) 가격도 지난해 중순부터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석유공사의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을 보면 국내 LPG 충전소 평균 판매가격은 일반프로판 기준 지난해 5월 1㎏당 895.7원에서 꾸준히 올라 지난달 1㎏당 1120.47까지 뛰었다. LPG는 가정 난방용이나 식당 등 영세업종·택시 연료 등에 많이 쓰여 '서민 연료'로 통한다.
국내 LPG 공급가격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가 통보한 국제 LPG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과 유통 비용을 반영해 매월 결정되는데 지난해부터 상승한 국제유가가 국내 LPG 가격을 끌어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제유가 반등으로 LPG 가격도 상승세를 보인다"며 "가격 인상 요인이 남아 있어 다음달에도 국내 LPG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도시가스 일부 도매요금도 1∼2월에 이어 3월에 인상됐다. 가스공사에 따르면 상업용(업무난방비·냉난방공조용·산업용·수송용)과 도시가스 발전용(열병합용·연료전지용 등) 도매요금은 원료비 연동제를 반영해 2월 요금보다 1메가줄(MJ)당 1.0545원 올랐다. 주택용·일반용은 동결됐다.
지난 겨울 동아시아 전역에 몰아친 기록적인 한파에 도시가스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 소비량이 급증하면서 LNG 가격이 일시적으로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올해부터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가 시행되면서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도 커졌다. 연료비 연동제는 LNG·석탄·유류 등 연료비 변동분을 3개월 단위로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기준 연료비(직전 1년간 평균 연료비)에서 실적 연료비(직전 3개월 평균 연료비) 차이가 요금에 반영되는데 실적 연료비가 기준 연료비보다 오르면 전기요금은 오르게 된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실적 연료비가 오르면서 하반기에 전기요금도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또 서울시는 대중교통 요금과 수도요금 등 공공요금을 현실에 맞게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서울 지하철과 버스의 경우 기본요금을 최대 300원 올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서울 지하철과 버스의 기본요금은 2015년 인상된 후 6년째 그대로다.
2012년 마지막으로 개편된 수도요금은 가정용의 경우 현행 누진제를 폐지하고 1㎥당 2021년 430원, 2022년 500원, 2023년 580원으로 일괄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자연히 소비자물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25일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1.0%에서 1.3%로 0.3%포인트 상향했다. 지난 4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00(2015년=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포인트 높아졌다. 지난해 2월(1.1%)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특히 올해는 지난 겨울 한파에 따른 작황 부진 등으로 농축수산물 상승률이 2011년 2월(17.1%) 이후 가장 높은 16.2%에 이르렀다.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생산량이 급감한 달걀(41.7%)을 비롯해 돼지고기(18.0%), 국산쇠고기(11.2%) 등이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기저효과로 원자재·곡물 가격, 공공요금 등 비용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이 올해 상당 기간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전기요금과 공공 교통비 등은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안 쓸 수가 없는 부분인 만큼 이런 성격의 품목들이 인상되면 가계가 체감하는 물가상승률은 공식적인 지표 물가상승률보다 높게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욱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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