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의결권, 사실상 경영권 세습 풍토에서 시기상조"
"文 정부, '공정경제3법' 공약보다 후퇴, 경제개혁 미흡"

▲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관정빌딩 17층에 위치한 공공정책전략연구소(KIPPS)에서 <일간 투데이>와 만난 채이배 전 국회의원이 경제개혁 입법과 기업 지배구조 개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현수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3월 주총(주주총회) 시즌이 찾아왔다. 올해도 주총쏠림현상은 여전하다. 3월 중 하루 100개 이상의 주총이 예정된 날은 24·25·26·29·30일로 총 5일이다. 해당 기간 예정된 주총은 883회로 3월 한달 열리는 전체 주총 1302회의 2/3를 넘어선다. 그 중에서 오는 26일은 267개사가 주총을 개최하는 '슈퍼 주총데이'가 될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온라인 주총이 활성화됨으로써 주주들의 주주권 행사가 더 용이해졌다지만 투자자 권익보호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채이배 전 의원은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시민단체에서 소액주주운동을 통해 재벌개혁에 앞장 선 뒤 지난 20대 국회에 입성해 경제민주화 입법에 매진했다. 뿐만 아니라 2019년 대한항공 주총에서 직접 주주대리인으로 참석해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이 부결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채 전 의원을 만나 작게는 기업가치 제고, 크게는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경제개혁 입법과 기업의 거버넌스 경영 개선 방향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편집자 주>

지난해 총선에 불출마하며 잠시 여의도 현실 정치와는 거리를 뒀지만 채이배 전 의원은 대담집 '공정한 경제 생태계 만들기'를 출간하는 등 한국경제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관정빌딩 17층에 위치한 공공정책전략연구소(KIPPS)에서 <일간 투데이>와 만난 채 전 의원은 매주 두세 차례 4차산업혁명, 저출산·고령화 등의 폭넓은 주제로 전문가 초빙 세미나를 진행하며 미래 정책의제 발굴과 해법 마련에 힘쓰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최근 정혜승 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과 함께 실시간 집단 대화 앱 '클럽하우스'를 통해 공매도 재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이른바 '옥중경영' 논란 등을 다룬 토론방을 연 채 전 의원은 "토론 전에는 불특정다수가 모인 공간에서 정제된 토론이 가능할까 걱정했다"며 "변호사 등 전문가 스피커도 있었지만 일반 대중 참여자들도 생각보다 수준 있는 발언을 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채 전 의원은 토론방에서 다룬 내용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리해 게재함으로써 당일 토론을 듣지 못한 사람들도 그 내용을 알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관정빌딩 17층에 위치한 공공정책전략연구소(KIPPS)에서 <일간 투데이>와 만난 채이배 전 국회의원이 경제개혁 입법과 기업 지배구조 개혁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김현수 기자

채 전 의원은 정부가 당초 오는 16일 재개하기로 했다가 개인투자자들의 반발로 5월 부분 재개 허용으로 방침을 바꾸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공매도와 관련해 "개인들이 '외국 기관의 불법 공매도가 횡행하고 금융당국이 이를 적발하지 못하고 있으며 제도 개선이 미약하다'고 주장하며 공매도를 불신하는 데에는 금융당국과 금융투자기관들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며 "금융당국과 금융투자협회, 거래소는 기관과 개인의 주식 거래 절차의 차이, 공매도 과정, 공시 시스템 운영방식 등 관련 정보를 개인에게 더 자세하고 정확히 제공함으로써 공매도에 대한 불신과 오해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당국·금투협 등, 개인투자자들에게 많은 정보 제공해 시장 이해 도와야

아울러 지난 한해 '동학개미' 운동이라고 불릴 정도로 숫자가 급증한 개인투자자들이 주가하락을 우려해 공매도 금지 청원, 국민연금 국내 주식 매도 금지 청원 운동을 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기관투자자는 개인처럼 팔고 싶을 때 팔고 사고 싶을 때 살 수 없고 정해진 내부 투자 규칙에 따라야 한다. 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개인들도 단기적 수익에 현혹돼 유튜브를 통한 잘못된 정보에 의존해 뇌동매매를 하지 않아야 한다. 금융당국과 금투협도 초중고과정을 마친 사람은 제대로 된 금융지식을 갖출 수 있도록 금융리터러시(financial literacy·이해력) 교육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설파해 온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우리나라 대표 경제인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취임하고 삼성전자가 오는 17일 정기 주총을 앞두고 주주서한을 통해 'ESG경영과 준법경영을 강조하면서 ESG경영은 올해 주총의 주요 이슈로 부각됐다.

이에 대해 채 전 의원은 "세계적인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ESG경영에 기반해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거스릴 수 없는 대세가 됐다"며 "우리 정부가 '2050년 넷제로(Net Zero·탄소중립)'를 목표로 정책방향을 잡았기 때문에 기업들이 사업적 필요성에서라도 E(환경)경영에는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진정 ESG경영을 하려면 노동자, 하청 중소기업, 지역소비자 등에게 사회적 책임(SCR)을 지는 S(사회)경영, 경영진이 주주에게 책임지는 G(거버넌스)경영이 필요하다. S·G경영이 안 이뤄지면 최 회장 등 특정인 몇몇이 몇번 소리치다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관정빌딩 17층에 위치한 공공정책전략연구소(KIPPS)에서 <일간 투데이>와 만난 채이배 전 국회의원이 경제개혁 입법과 기업 지배구조 개혁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김현수 기자

채 전 의원은 "우리나라 대표기업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대법원 확정선고를 받아 법무부가 취업제한대상으로 통보하면서 '옥중경영' 논란이 일었다"며 "최근 특경가법(특정경제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횡령 혐의로 2018년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법무부의 취업불승인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행정소송에서 패소했다. 이 부회장이 아직 법무부에 취업승인 신청을 하지 않았지만 삼성이 진정 ESG경영을 하려고 한다면 이 부회장에 대해 취업불승인 처분이 나오더라도 이 부회장 없이 정상적으로 경영이 이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 '옥중경영' 안 되더라도 정상 경영해야 진정한 ESG경영

이어 "불법을 저지른 경영진에 대해서는 불신임을 표명함으로써 기업경영의 책임성을 강화시킬 수 있다. 정보와 자본이 제한된 개인이 이런 일을 할 수 없는 만큼 기관투자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과거 현대자동차에 미래 성장투자재원을 빼먹는 무리한 배당을 요구한 엘리엇펀드에 대해 동조하지 않은 사례에서처럼 기관투자자들도 스튜어드십코드(책임투자규칙)에 따라 합리적인 투자운용을 하고 있는 만큼 기업들도 기관투자자 활동에 과도한 경계의식을 갖지 않을 것"을 촉구했다.

채 전 의원은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의 미국 뉴욕증시 상장으로 제기된 '차등의결권' 허용 논란과 관련해 "미국회사(쿠팡 INC)가 미국시장에 상장한 것"이라며 "차등의결권은 미국·홍콩을 제외하고 세계적으로는 금지돼 있다. 우리 같이 사실상 총수 경영권 세습을 인정하는 나라에서 차등의결권 도입을 내용으로 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은 시기상조다. 최고의 경영권 방어 수단은 '좋은 경영'"이라고 역설했다.

채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명확한 정책목표 없이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다보니 경제개혁의 성과를 이룬 게 없다"며 "단적으로 '공정경제3법'으로 강조하고 있는 개정 상법상 최소 감사위원 1명을 기존 이사와 분리해 뽑는 감사위원분리선출제는 사외이사 겸직 감사위원 선출시에는 최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3%룰' 대상에 특수관계인까지 합산하지 않아 실효성이 없어졌다. 공약보다 후퇴한 공정경제3법이 됐다"고 비판했다.

■의견 다른 동료 의원도 국민 대표자…상호 경청 속에 정책경쟁해야

채 전 의원은 "지난 4년 의정활동을 수행하면서 '외부감사법' 개정을 통해 회계투명성을 높였고 기업구조조정이 관치와 은행 중심이 아닌 자본시장을 통해 이뤄질 수 있도록 '채무자회생법'을 개정한 것을 보람으로 여긴다"고 회고했다.

이어 21대 초선의원들에게 "내가 국민의 대표로 앉아 있는 것처럼 상대 의원도 국민의 대표로 앉아 있는 것"이라며 "당장 자신의 귀에는 맞지 않는 말로 들리더라도 '양쪽 다 국민의 대표'라는 마음자세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며 국민을 위해서 정책으로 경쟁하는 정치를 펼칠 것"을 당부했다.


■채이배 전 국회의원 약력
▲전북 군산 출생 ▲고려대 행정학과 학사·동 대학원 법학과 석사과정 수료 ▲삼일회계법인 근무 ▲참여연대·경제개혁연구소·경제개혁연대·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 시민단체에서 재벌개혁·소액주주운동 통해 경제민주화 운동 진행 ▲20대 국회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 ▲현 시대전환 후원회장 ▲대담집 '공정한 경제 생태계 만들기'(헤이북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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