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경제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올해도 3월 '주총(주주총회) 쏠림'현상은 여전하다. 1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오는 17일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가 정기 주총을 개최하는 것을 비롯해 이번주에만 150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가 주총을 연다. 다음주(22~26일)에는 1067개사가 주총을 개최해 '주총 주간'이라 불릴 만하다. 특히 오는 26일은 셀트리온·KB금융·SK이노베이션 등 484개사가 주총을 여는 '슈퍼 주총데이'로 꼽힌다.

올해 주총은 기업들에게 적잖이 부담이 될 전망이다. 우선 '동학개미' 운동이라고 불릴 정도로 지난 한해 개미(개인투자자)들의 수가 폭증하면서 그들의 요구사항도 많아졌고 까다로워졌다. 일부는 조직적인 활동 움직임도 보이면서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에게도 영향력을 행사해 주총장에서 이들의 목소리가 한층 더 크게 들릴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공정경제3법'의 결과물도 바로 확인이 가능할 듯하다. 상법 개정으로 1명의 감사위원은 기존 이사들과 독립적으로 선출하게 된 것이다. 또 감사위원 선출시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됨으로써 대주주 입지가 축소됐다. 그 동안 감사위원들이 일괄선출방식을 통해 사실상 대주주 의중대로 선출돼 제 기능을 못했다는 반성에서 나온 만큼 대주주로선 과거보다 경영의 제약을 크게 느끼게 됐다.

기업들은 공식적으로는 세계적 대세가 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흐름에 몸을 맡긴다는 자세다. 삼성전자는 주주서한을 통해 'ESG경영과 준법경영'을 천명했고 LG전자·LG·LG유플러스는 여성 ESG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투명경영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확대·개편하고 SK는 2018년 도입한 기업지배구조헌장을 정관에 명시하는 방식으로 ESG경영을 강화하기로 했다.

20여년 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과거 견제 받지 않는 재벌기업 총수 1인 중심의 '황제경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외이사제를 도입했지만 당초 입법 취지만큼 제 역할을 하느냐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기업들은 이번 ESG경영에선 과거처럼 수동적 규범 수용자가 아니라 거버넌스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자는 자세로 사고를 전환해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기대한다. 기업들의 ESG경영에 대한 진정성에 따라 동학개미들은 글로벌 경제전쟁에서 든든한 우군(友軍)이 될 수도 있고 매서운 적(敵)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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