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수호의 날, 북한의 서해 도발로 희생된 호국영웅 기려
국가 위해 희생한 이와 가족 돌보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

▲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이 지난 10일 '서해수호의 날'을 앞두고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제2함대사령부를 방문해 천안함 46용사 추모비에 헌화·참배한 뒤 추모비에 새겨진 희생장병들의 얼굴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보훈처

[일간투데이 이용재 보훈교육연구원 연구원] 대통령령인 '각종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국가에서 지정한 기념일은 총 53개이다. 이 기념일은 시대상을 반영하기에 때로는 소멸되기도 하고 새롭게 제정되기도 한다.

담당 부처별로 구분해보면 국가보훈처(단독행사)가 주관하는 기념일이 12개로 가장 많고 행정안전부 6개, 보건복지부 5개, 문화체육관광부 4개 순으로 나타난다. 여기에 국가보훈처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행사 1개까지 포함하면 국가보훈처에서는 총 13개의 기념일 행사를 주관하고 있다. 이것을 보훈의 세 가지 영역으로 분류해보면, 관점에 따라 일부 다를 수는 있겠지만 대체로 독립 4개, 호국 4개, 민주 5개로 분류할 수 있다.

이를 다시 연중 개최 시기별로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28민주운동기념일(2.28) ▲3·8민주의거기념일(3.8) ▲3·15의거기념일(3.15) ▲서해수호의 날(3월 넷째주 금요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기념일(4.11) ▲4·19혁명기념일(4.19) ▲5·18민주화운동기념일(5.18) ▲현충일(6.6) ▲6·10만세운동기념일(6.10) ▲6·25전쟁일(6.25) ▲재향군인의 날(10.8) ▲학생독립운동기념일(11.3) ▲순국선열의 날(11.17) 등이 있다. 이를 정리하면 국가보훈처가 주관하는 기념일은 국가적 정통성을 확립하고 민족정기를 선양하며 호국정신을 기리는 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중 올해 여섯번째로 맞이하는 '서해수호의 날'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서해수호의 날은 북한의 서해 도발 사건으로 희생된 호국영웅들을 기리기 위해 제정되었으며 매년 3월 넷째주 금요일(올해의 경우 오는 26일)에 기념 행사를 연다.

제2연평해전과 천안함 피격사건, 그리고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서해도발 사건 당시 희생당한 대한민국 국군 장병을 기리면서 부상자의 쾌유와 국민들의 안보의식을 북돋기 위해 정해졌다. 매년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기념행사가 진행된다.

좀 더 자세히 그날의 상황을 기억해보자. 제2연평해전은 한·일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 6월 29일 서해 연평도 해상에서 벌어진 전투이다. 북한의 기습 선제공격으로 시작되었고 참수리 357호정이 대응하는 과정에 정장 윤영하 대위 등 6명이 전사하고 승조원 19명이 부상을 당하였으며 고속정이 침몰하였다.

천안함 피격사건은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일상경비 중이던 1200톤급 초계함 '천안함'이 피격으로 침몰되면서 승조원 46명이 전사하거나 실종된 사건이다. 실종자 수색 및 구조과정에서 같은 해 3월 30일에는 UDT의 전설인 한주호 준위가 수색 작업 중 순직하기도 했다.

연평도 포격은 2010년 11월 23일 대낮에 북한에서 서해 5개 도서의 하나인 연평도를 향해 포격하자 곧바로 이에 대응사격을 하는 과정에서 해병 2명이 전사한 사건을 말한다.

이상의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에서 희생된 55명의 호국영령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날이 서해수호의 날이다.

필자도 한때 카키색과 검정색 군복을 입고 격전의 현장인 백령도에서, 연평도 해역의 서해에서 참수리와 초계함을 번갈아 승조하면서 거친 파도와 싸우며 NLL(북방한계선)을 지켰다. 그래서인지 희생된 55명의 영웅을 생각할 때마다 눈시울이 불거진다. 이들의 불타는 애국심을 가슴깊이 간직하게 된다.

서해의 호국 영웅들이 희생된 지 짧게는 11년, 길게는 19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희생된 영웅들을 지금은 볼 수 없지만 그들은 누군가의 자랑스러운 아빠였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아들과 사위였으며 가정에 충실한 사랑스러운 남편이었다. 그 자녀들은 학교에 잘 다니고 있는지, 부모는 아픈 데가 없는지, 유족은 어려움 없이 생활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돌아보는 것은 옆에 있는 우리와 국가의 책무이기도 하다.

당시 부상을 입고 지금까지도 후유증에 시달리면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장병들에게도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더 이상의 문제 없이 일어설 수 있도록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를 도와야 한다. 그리고 가족들이 생활고로 인해 어려움이 없는지도 보살펴야 한다.

이것이 서해수호의 날을 제정하고 기억하며 기념행사를 하는 이유이다. 국가를 지키기 위한 과정에 당한 희생을 국가가 책임지고 돌보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이자 시대를 관통하는 모든 보훈 정책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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