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난지원금 ↑ 가계지출↓ 복합 작용
위기 극복 후 보복 소비 따라 경기 진폭 우려

▲ 지난해 4분기 우리 국민이 음식점이나 숙박업소에서 지출한 돈이 5년 만에 20조원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조치로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를 전국으로 확대한 지난 1월 서울시 종로구 한 음식점 모습.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지난해 가계의 흑자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정부의 재난지원금은 늘어나고 경제주체들이 위기 상황에서 지출을 급속히 줄인 탓이다. 위기 극복 후 억눌렸던 소비가 급증하면서 경기 진폭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가구(2인 이상)의 흑자율은 1분기 32.9%, 2분기 32.3%, 3분기 30.9%, 4분기 30.4%로 모두 30%를 넘었다.

2003년 이후 작성된 가계동향 조사에서 가계가 30% 이상 분기 흑자율을 기록한 것은 2016년 4분기 30.3% 한차례를 제외하면 모두 지난해에 발생했다.

통상 가계동향은 전년 동기와 비교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에 매 분기 사상 최고 흑자율을 기록했다는 의미다. 흑자율은 가계가 벌어들인 돈에서 소비와 지출을 하고 남은 돈의 비율을 의미한다.

소득에서 조세와 연금, 사회보험료, 이자비용 등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금액이 처분가능소득인데 여기서 다시 일상적인 의식주 지출 등을 제하고 나면 흑자액이 된다. 흑자율은 처분가능소득에서 흑자액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지난해 가계의 흑자가 늘었던 것은 더 벌었다기보다는 안 써서 혹은 못 써서 발생한 결과, 즉 불황형 흑자의 결과다.

상명대 유경원 교수는 최근 '과거 경제위기와 코로나19 확산기의 소비지출 패턴 비교' 보고서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가계에선 소득 감소보다 소비 감소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소득 감소에 대한 두려움이 클수록 소비 지출 폭은 커지게 된다. 현재 소득이 줄어드는 데 따른 기계적인 지출 감소와 미래 소득의 불안정성을 대비한 예비적 저축 수요가 더해지면서 지출이 더 크게 위축되는 것이다.

최고 흑자율을 기록한 지난해 1분기의 경우 이런 현상이 가장 두드러졌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35만8000원으로 3.7% 늘었지만 가계지출은 394만5000원으로 4.9%나 감소했다.

가구당 평균 소득은 2분기에는 4.8%, 3분기에는 1.6%, 4분기에는 1.8% 늘었다. 가계지출은 2분기에 1.4% 늘어난 것을 제외하곤 3분기에 2.2%, 4분기에도 0.1%씩 줄었다.

코로나19 사태의 경우 과거 경제 위기에 비해 평균 가계의 소득이 늘어난 부분도 다르다. 정부가 지급한 보편·선별적 재난지원금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가계의 평균 소득은 늘었지만 지출이 크게 줄어 흑자율이 올라간 것이다.

역사적 경험으로 보면 위기 때 비축된 흑자는 위기에서 탈출 후 폭발적인 소비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보복소비다.

유경원 교수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증가한 유동성과 이로 인한 자산시장 과열 속에서 움츠러든 소비와 저축이 어떤 식으로 발현될지에 따라 경제 움직임이 달라질 것"이라며 "소비지출의 진폭이 커지고 경기 변동도 급격해질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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