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광한 남양주시장
지난번 글에서 텍사스와 캘리포니아 등 8개 주가 멕시코 땅에서 미국 땅으로 편입되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그 과정에서 있었던 ‘한 표의 중요성’에 얽힌 이야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1844년 어느 날, 미국 인디애나주의 한 마을에서 중병을 앓고 있던 70대 노인이 투표를 하러 가겠다고 합니다.

두 아들은 쇠약한 아버지를 극구 말렸지만 노인은 뜻을 굽히지 않았고, 투표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곧 숨을 거두었습니다.

노인의 이름은 프리먼 클라크, 젊었을 적 살인혐의로 교수형을 당할 뻔한 위기에서 데이비드 켈손이라는 변호사가 무료로 변호를 해줘서 누명을 벗게 됐고, 그가 주 상원의원에 출마하자 은혜를 갚기 위해 투표를 한 것입니다.

노인이 찍은 한 표 차이로 그는 주 상원의원에 당선됐습니다. 그리고 그 한 표의 힘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무렵 미국의 최대 이슈는 텍사스의 연방편입 문제였는데, 멕시코 땅이던 텍사스가 1836년 독립하고 9년만인
1845년 미국 연방편입을 자청한 상태였습니다.

연방 상원은 이를 심의했고 찬반이 팽팽히 맞서 부결될 위기에 처했을 때, 한 표 차이로 이를 뒤엎은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노인의 한 표로 당선된 주 상원의원이 지명한 연방 상원의원이 찬성표를 던진 겁니다.

그 다음해인 1846년 멕시코가 공격해 미국군 16명이 죽거나 포로로 잡히자 연방 상원은 전쟁을 할 것인가를 두고 다시 의견이 갈렸는데, 이때에도 한 표 차이로 전쟁선포안이 통과됐습니다.

미국은 전쟁을 선포해 승리하고 1848년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네바다, 유타, 콜로라도, 뉴멕시코, 와이오밍 등의 방대한 지역을 1,500만 달러의 헐값에 사실상 강제로 빼앗았습니다. 한 표의 차이가 없었다면..!!

텍사스, 캘리포니아 등은 독립국이거나 멕시코 땅으로 남아 지금의 경제규모와 부를 누리지 못했을지 모르고,
또 역설적으로 그 지역들을 병합하지 않았다면 미국이 세계 1위의 경제 대국이 못됐을지도 모릅니다.

1901년 텍사스의 버몬트 지역에서 세계 최초의 상업유전인 스핀들톱(Spindletop)유전이 발견됐고 1930년대에는 동부에서 대규모 유전과 멕시코만의 해저유전까지 발견됐습니다.

텍사스의 석유는 미국 석유생산량의 약40%에 달하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금도 세계 유가의 기준입니다.

캘리포니아는 미국에 병합되기 불과 9일 전 황금이 발견돼 1849년부터 1853년까지 골드러시로 엄청난 금이 채굴됐고, 남부와 해저에서 유전도 발견됐습니다.

프리먼 클라크 노인의 한 표와 상원의 한 표 차이는 결국 미국의 지도와 세계의 경제 판도까지 바꾸어놓았습니다.

역사를 바꾼 한 표의 차이는 그 전에도 있었습니다. 독립전쟁 당시 의회는 반영국 정서로 적국의 언어를 폐지하고 독일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안이 제출됐는데, 이 또한 한 표 차이로 부결된 겁니다.

그 한 표가 없었다면 영어 대신 독일어가 세계 공용어가 됐을 것이고, 우리도 학교에서 독일어를 배웠을 겁니다.

이 쯤 되면 한 표의 차이는 한 표의 기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내년, 우리가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까지 1년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어떤 인물을 뽑느냐에 따라 국가와 국민의 운명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나의 한 표는 한 표의 기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 후보자들의 자질을 냉철하게 판단하고, 기적이 될지도 모를 소중한 한 표를 신중하게 행사해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기를 절박한 심정으로 소망합니다.

다음에는 ‘정의는 처신에 밀리고 있다’는 내용으로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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