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케이·토스뱅크에 중금리 대출 계획서 요구
"인터넷은행, 당초 설립 취지 배치 고신용자 대출 치중"

▲ 금융위원회 로고.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중금리대출 계획서 제출을 요구하며 중금리대출을 확대에 발벗고 나섰다. 현재 인가 절차를 밟고 있는 토스뱅크에 대해서도 오는 7월 정식 출범 이전에 역시 중금리대출 계획서를 제출받겠다고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로부터 '가계대출 총량 대비 중금리대출 비율'을 앞으로 얼마나 늘려나갈 것인지 구체적인 수치를 담은 중금리대출 계획서를 제출받을 예정이다. 이번달 발표할 가계부채 종합 대책과도 연계해 해당 대책 발표가 끝나면 중금리대출 계획서 최종본을 제출받아 주요 내용을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중금리대출은 통상 옛 신용등급 4∼6등급 수준의 중신용자에게 연 10% 이내의 한 자릿수 금리로 내주는 신용대출 상품을 가리킨다.

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중금리대출 확대라는 당초 설립취지와 달리 시중은행들처럼 고신용자 중심의 대출에 치중해왔다고 보고 있다. 이에 두 은행이 중금리대출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계획서를 받은 뒤 정기적으로 목표 달성 여부를 점검해 나갈 방침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 건수는 1~4등급이 93.5%에 이른 반면 5~6등급은 5.54%, 7등급 이하 비중은 0.87%에 불과했다. 해당 기간 중 자본확충 문제로 케이뱅크는 대출영업이 중단돼 대출실적이 미미했다.

금액 기준으로 보면 고신용 대출 쏠림현상이 더 두드러졌다. 같은해 6월 말 기준 1~4등급 신용대출 금액 비중은 98.46%로 건수 비중보다 4.9%포인트 높았다. 반면 5~6등급 액수는 1.37%로 건수보다 4.17% 포인트 낮았다. 7등급 이하 금액은 0.17%에 그쳤다.

금융위 관계자는 "인터넷은행들이 인가를 받을 때 중금리대출 확대 등을 조건으로 인가를 받았고 인터넷전문은행법 1조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통해 국민에 편익을 제공하라'인데 지금 인터넷은행들은 기존 은행과 다른 게 하나도 없다"며 "이는 매우 잘못된 것인 만큼 바로잡으려 한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일제히 중금리대출 확대를 최우선 목표로 내걸고 관련 상품 출시를 예고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는 인터넷은행들이 출범 당시 약속에 소홀한 채 고신용자 위주의 대출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정치권과 당국의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연초부터 중금리대출 확대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매년 1조원 규모의 중금리대출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던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계획보다 많은 1조3800억원을 공급했다며 "올해는 공급 규모를 작년보다 늘릴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중·저신용자 전용 대출 상품을 출시하겠다고 예고했다.

케이뱅크는 2023년까지 전체 대출 중 4등급 이하인 중저신용자 고객의 누적 비중을 30%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또 올해 안에 정책 중금리대출 상품인 '사잇돌 대출'을 출시하고 시장 여건을 살피며 자체 중금리대출 상품 출시를 검토하는 등 올해 중금리대출 상품 라인업을 다양화하겠다고 했다.

올해 7월 출범이 목표인 토스뱅크는 아직 인가 전이라 하반기 중금리 대출 공략에 적극 나서겠다는 큰 방향성만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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