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미워도 다시 한번' 읍소, '샤이진보' 결집 호소
국민의힘, 성난 부동산민심 자극 '정권심판론' 역설

▲ 지난 1일 서울시내에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사진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여야가 4·7 재보궐선거를 사흘 앞둔 4일 각각 '막판 역전승'과 '판세 굳히기'를 노리며 총력 유세전을 펼쳤다. 특히 대선 '전초전' 성격의 서울시장 선거는 승리하는 쪽은 1년이 채 남지 않은 대권가도에 탄력을 받을 수 있지만 패배하는 진영은 상당 기간 내부 공방 후폭풍에 시달릴 전망이어서 그 귀추가 더욱 주목된다.

선거 중반까지 판세는 국민의힘 우위상태다. 지난달 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문제를 계기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실망한 성난 민심이 임계치를 넘어 폭발한 것이다. 공표 금지 기간 직전의 마지막 여론조사들을 보면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가 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와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에 20%포인트 안팎의 큰 격차로 앞섰다.

민주당은 열세를 인정하면서도 바닥 민심은 여론조사 수치와 차이가 있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는 고개를 숙이면서도 국민의힘 후보들의 각종 의혹을 연일 부각하며 '미워도 다시 한번' 읍소 전략으로 막판 '샤이 진보'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또 시장이 집권당 소속이어야 국회, 정부와 원활한 협조를 통해 지역 현안 해결에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할 계획이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청년 대중교통 할인과 데이터 바우처 지급 등 '서울 선언' 공약으로 2030 세대를 겨냥하고 있고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도 경부선 지하화 등으로 지역 민심에 구애 중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조직력을 고려하면 통상 투표율이 낮은 재보선 선거에서 끝까지 방심할 수 없다며 분노한 민심을 실제 투표장으로 불러들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모처럼 찾아온 2030세대와 중도층의 발을 붙들어 내년 대선까지 정권 심판론의 바람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선거 기간 내내 이어진 정부·여당 인사들의 '부동산 내로남불' 사례를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선거운동 초반부터 '2030 유세단'을 가동해 청년들에게 무제한 자유 발언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현 정부에 대한 비판공세를 펼치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도 젊은 층에 인기가 좋은 유승민 공동선대위원장, 금태섭 전 의원 등과 연일 합동 유세를 벌이며 저변을 넓히고 있다.

내년 대선을 불과 1년도 남기지 않고 치러지는 큰 선거라는 점에서 이번 재보선 결과는 향후 정국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박영선 후보가 승리하면 여권은 최근 LH사태 정국에서 지지율이 급락하며 수세에 물렸던 분위기를 뒤집고 '정권 재창출'의 동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당내 차기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가운데 여권 주류인 친문(친문재인)계 '제3후보'들이 경선판에 뛰어들 공간도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선거 직전까지 당 대표였던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도 반전의 발판을 만들 수 있다.

반대로 야권은 오세훈 후보가 예상 밖 충격패를 당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재보선 후 임기가 끝나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당을 떠나며 리더십 공백상태가 되면 국민의힘은 다시 한번 난파선처럼 표류할 수 있다.

제3지대로 원심력이 커지면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마저 합류 가능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고 결국 국민의힘이 이렇다 할 대권 주자를 내세우지 못하면서 지리멸렬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역으로 민주당이 서울 수성에 실패한다면 지도부는 거센 책임론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2016년 총선을 시작으로 전국단위 선거에서 연승가도를 달려온 민주당이 처음으로 겪는 패배의 충격파가 상당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패배가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성난 민심이 결정적이었고 그 해법을 놓고 당청이 이미 미묘한 시각차를 보여온 만큼 선거 이후 임기 말에 접어든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와 본격적 선긋기에 나설 여지도 크다.

현 지도부 내에서는 5·9 전당대회에서 새 당대표 선출을 기점으로 '질서있는 수습'을 거론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최고위 총사퇴를 비롯한 전면 쇄신론을 넘어 '비대위 출범론'까지 고개를 들 수 있다.

오세훈 후보가 승리를 거두면 야권은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재편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리더십이 재조명될 전망이다. 올해 초만 해도 후보조차 내지 못할 처지였으나 과감한 중도 외연 확장과 호남 구애로 판세를 180도 돌려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재추대론에 불이 붙으면 김무성 전 의원이나 홍준표 무소속 의원 등 차기 당·대권을 노리던 구주류 세력은 힘을 잃게 된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오 후보와 합의대로 '서울시 공동경영'을 요구할 수 있지만 주도권을 잡기는 어려워질 수 있다. 또 국민의힘이 정권 심판의 구심점을 자처하면서 윤 전 총장을 끌어들이는 움직임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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