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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보훈의 재조명]'조선구마사' 논란으로 되짚어 본 백범의 문화국가백범, "부력도 강력도 아닌 문화의 힘만이 행복되게 해"
독립·호국·민주 가치 통해 다양성·평화·공정 문화국가 이뤄야
  • 서운석 보훈교육연구원 연구원
  • 승인 2021.04.05 12:59
  •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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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범광장. 사진=보훈교육연구원

[일간투데이 서운석 보훈교육연구원 연구원]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던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방송 2회 만에 결국 폐지됐다. 지상파 TV 드라마로서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 드라마는 첫 방송 직후부터 조선 태종과 충녕대군(세종) 등 실존 인물들을 역사적 근거없이 부정적으로 묘사했고 주요 사건 배경 지역이 조선 영내임에도 각종 중국풍 소품 등이 다수 나와 역사 왜곡 논란이 일었다. 해당 드라마 제작진은 극 중 내용이 역사적 사실과 무관하며 창작에 의한 허구라고 주장했지만 시청자들의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급기야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이 드라마의 방영중지 요구가 등장하였다. 이에 더해 해당 드라마에 대한 기업들의 광고 철회가 속출하고 장소 제공 등 협찬을 맡은 지방정부도 촬영 장소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많은 논란 끝에 조기 종영에 이르게 되었다.

허구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에 시청자들이 불편해한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역사 왜곡일 것이다. 특히 중국정부의 '동북공정'이라는 사업과 연결되는 점일 것이다. 동북공정은 고조선·부여·고구려·발해 역사가 중국사의 일부라는 논리를 일반화하여 한반도와 중국 동북지역 사이의 역사적 관련성을 부정하려는 것이 중요한 내용이다.

이런 동북공정 추진 배경에는 애국주의·중화민족주의 등 중국의 국가주의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지적이 많다. 이 사업은 중국과 인접한 우리의 동의를 얻을 수 없는 일이었고 양국의 문화적·정치적 갈등을 초래했다.

최근에는 한복·김치·삼계탕 등 우리 전통 문화를 중국 문화라고 억지 주장하는 일들도 다수 발생하여 한국 시청자들이 더욱 민감해질 수밖에 없었다. 동북공정이라는 역사 왜곡에 이어 '신 동북공정'이라는 문화 왜곡으로 넘어가는 과정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런 한계와 유혹은 비단 중국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라고 해서 국가주의적 감정과 행동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나라를 가릴 것 없이 국가주의가 포퓰리즘과 결합되면 매우 위험하며 이는 대외적으로는 국제적 갈등을 유발하고 대내적으로는 사회적 폭력을 선동하게 된다. 그래서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평소에 부단한 훈련과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에게 조언을 주는 스승이 있으니 바로 백범 김구다. 김구는 자서전 '백범일지' 중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편에서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아름다운 국가는 문화국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문화국가란 무엇일까. 문화를 다시 그의 말로 풀어보면 "여러 가지 나무가 어울려서 위대한 산림의 아름다움을 이루고 백 가지 꽃이 섞여 피어서 봄 뜰의 풍성한 경치를 이루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화국가는 한 가지의 문화만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각양각색의 다양한 문화들이 만개하는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서운석 보훈교육연구원 연구원. 사진=보훈교육연구원

이런 문화국가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제들이 필요할까. 우선 문화국가에서는 자유의 존재가 가장 중요하다. 자유가 없는 나라의 문화는 규격화되고 융통성이 없다. 문화국가는 자유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백범이 말했듯이 "자유의 나라에서만 인류의 가장 크고 가장 높은 문화가 발생"한다.

또 문화국가는 다양성을 내포한다. 인간 존엄성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자유뿐만 아니라 평등 등 민주주의의 제 요소들이 마치 백 가지 꽃이 섞여 피는 것처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문화국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을 모두 소중하게 생각하는 나라이다. 이런 나라는 민족주의·애국주의·국가주의 등 단일한 범주로 사람들을 구속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해방과 국가건설, 민주화의 과정을 거치며 무수한 선열들의 많은 희생과 공헌을 통하여 발전해왔다. 자연히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독립·호국·민주의 가치가 훼손된다면 국민들은 강한 거부감을 갖게 된다. 시청자들이 허구의 드라마에 거세게 항의한 것은 G2라고 자부하는 중국의 권위주의와 패권주의 속내가 읽혔기 때문이다.

독립과 호국·민주의 가치가 조화롭게 발전해 다양성과 공정과 평화가 만발하는 문화국가를 이루는 것은 백범과 같은 선열들의 소망이었다. 역사왜곡 드라마 폐지 소동을 통하여 선열들이 역설한 문화국가의 의미를 곱씹어 본다. 이런 길을 앞서 제시하고 실천한 선열들의 희생과 공헌에 다시 한번 감사하며 그들의 정신이 우리 일상의 나침반이 될 수 있도록 이런 가치를 널리 알리는 보훈문화가 활짝 개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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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운석 보훈교육연구원 연구원 dtoday24@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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