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경제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트위터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퇴임한 뒤에도 세계 뉴스의 중심이 되고 있다. 트럼프가 트위터를 통해 지지자를 선동하고 각료를 해임하며 중요한 국가 정책 결정 결과를 공지했듯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인)가 트위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머스크가 트위터에 올린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가상화폐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지난 2월 테슬라가 거래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사용하고 15억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구매했다고 공개할 때 시장에서는 가상화폐가 거스릴 수 없는 대세가 됐으며 고정관념을 과감히 떨쳐내는 경영인으로 이름난 머스크가 발 빠르게 움직였다고 긍정 평가했다.

하지만 지난달 1분기 실적 발표에서 테슬라가 비트코인 투자분 중 2억7200만달러를 매도했다고 밝히면서 몇 달 새 뜨겁게 달아오르던 가상화폐시장은 불안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비트코인 가격 폭등을 부채질한 뒤 보유분을 팔아치웠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머스크는 자신이 가진 비트코인은 하나도 팔지 않았다는 궁색한 해명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신뢰는 예전같을 수 없게 됐다.

문제는 머스크의 치고 빠지기가 그 뒤로도 계속됐다는 점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에는 비트코인 채굴에 드는 전기가 화석연료 사용을 급증시킨다며 테슬라의 차량 구매에 더 이상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더니 다음날인 13일 트위터에 대체 가상화폐로 '도지코인'을 언급, 비트코인 급락과 도지코인 급등을 유도했다.

머스크는 비트코인 때리기와 도지코인 띄우기로 시세조종을 한다는 비판이 가열됨에도 트위터에 자신의 우주여행사업인 '스페이스X' 결제수단으로 도지코인을 받을 것이라고 밝히는 반면 테슬라가 보유 중인 비트코인 잔여분을 전부 매각할 계획임을 시사하는 댓글 반응을 보여 시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머스크의 언행이 '시세조종' 혐의가 짙다는 의견이 많지만 현실적으로 처벌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가상화폐 시장에서 관련 사안을 다룰 규율이 정비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과거 사실과 달리 테슬라 상장폐지를 시사해 미국 증권당국으로부터 2000만달러의 벌금을 낸 일이 있다. 법적 규율이 정비돼 있기에 처벌이 이뤄진 것이다. 정책당국자들은 영향력 큰 개인의 말 한 마디에 다수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가상자산시장에도 관련 법률 정비가 시급하다는 사실을 머스크 소동을 통해 다시 한 번 되새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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