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실패,곧 국가의 실패 -18

▲ 사진=조광한 경기도 남양주 시장
지난번에 워터게이트 사건과 거짓말 때문에 사임한 닉슨 대통령을 말씀드렸는데, 오늘은 거짓말로 인해 탄핵 직전까지 몰렸던 클린턴 대통령을 살펴보겠습니다.

윌리엄 클린턴 대통령은 주로 ‘빌 클린턴’이라는 애칭으로 불렸습니다. 미국 제42대 대통령으로 1993년에 취임해 재선에 성공하며 2000년까지 재임했습니다.

가난한 어머니와 폭력적인 양아버지 사이에서 자랐지만 장학금으로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했습니다. 개천에서 용 난 격이고 흙수저로 성공신화를 만든 인물입니다.

클린턴은 역대 미국 대통령 중 3번째로 젊은 46세에 대통령에 취임했습니다. 그런 그에게 재선 후 최악의 스캔들이 터집니다.

그는 주지사 시절부터 여러 건의 스캔들이 있었지만 증거부족 등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있었습니다. 위태위태하던 그에게 가장 강력한 스캔들이 터졌는데, ‘지퍼 게이트’ ‘르윈스키 스캔들’로 불리는 사건입니다.

48세 대통령과 22살이던 백악관 인턴의 2년간의 불륜이 밝혀지면서 1998년 미국사회를 뒤흔들었고 미국 역사상 최고의 스캔들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 사건에 앞서 폴라 존스라는 여성이 1991년에 호텔에서 성관계를 강요당했다고 주장하며 1994년 클린턴을 고발했는데,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르윈스키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는 외부 제보가 들어옵니다. 르윈스키는 처음에는 이를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르윈스키는 친구에게 전화로 클린턴과 백악관에서 십여 차례의 성적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는데,그 통화를 녹음한 친구가언론에 공개하면서 미국은 발칵 뒤집어집니다.

1998년 1월 클린턴은 폴라 존스 성추문 재판에서 증언선서를 하고서도 르윈스키와의 성관계를 전면 부정했고, TV 방송을 통해서도 “르윈스키와 성관계를 맺지 않았다. 의혹은 완전히 거짓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3월에 르윈스키가 체액이 묻은 드레스를 특검에제출하고 클린턴의 혈액을 채취해 DNA를 대조한 결과, 대통령의 체액이 맞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8월 6일, 르윈스키는 연방 대배심에 출두해 대통령과 실질적인 성적 행동을 비롯해 10여차례 성적 접촉을 가졌다고 증언했습니다. 접촉은 주로 집무실과 서재에서 이루어졌는데, 특이한 점은 성관계는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8월 17일, 궁지에 몰린 클린턴은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결국 르윈스키와의 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애매모호하게 아주 기상천외한 답변을 합니다.

“르윈스키와 성관계를 한 것이 아니다. 단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을 뿐이다. 1월에 성관계를 하지 않았다고 증언한 것은 성관계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해서 그랬던 것이고, 의도적으로 거짓말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성기를 삽입하지 않았으니 성관계가 아니라며 둘러댄 것입니다.

그 후 ‘부적절한 관계’라는 말은 우리나라에서도 유명인의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자주 인용되는 유명한 말이 되었습니다.

12월, 하원은 성관계를 갖지 않았다고 재판에서 거짓 증언을 한 것과, 그로 인해 사법 방해를 한 사유로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했습니다. 클린턴은 또 한 번 ‘성관계’를 해석하는 문제일 뿐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라며 사퇴를 거부했습니다. 

1999년 1월, 상원에서 탄핵안이 기각되어 클린턴은 가까스로 탄핵을 면했습니다.

이후 클린턴시절 부통령이었던 엘 고어는 대선에서 54만여 표를 이기고도 선거인단 수에서 277 대 267로 지면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아들 부시)에게 정권을 넘겨주고 말았습니다.

르윈스키 스캔들이 엄청난 사건이고 큰 망신을 당했지만 클린턴이 거짓말과 위증을 하지 않았다면 탄핵위기까지 몰리지는 않았을 겁니다. 탄핵의 사유는 성관계나 불륜이 아니라 위증과 사법 방해였습니다. 닉슨 대통령이 도청 사실보다거짓말 때문에 사임하게 된 것과 같습니다.

권력을 유지하려던 닉슨의 거짓말과 은폐는 미국의 도덕성과 정치사에 크나큰 오점을 남겼고, 클린턴의 거짓말과 위증, 둘러대기는 또 한 번 미국의 품격을 땅에 떨어트리고
국민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클린턴의 르윈스키 스캔들과 거짓말은 미국 정치 역사상 가장 낯 뜨겁고 부끄럽고 민망한 사건으로 남았습니다.

닉슨과 클린턴 사건이 미국국민을 분노하게 한 핵심은 거짓말이었습니다. 미국 사회가 정치인의 거짓말을 얼마나 엄정하고 냉정하게 평가하는지 잘 보여줍니다.

우리는 어떤가요..?

다음에는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을 다뤄보겠습니다.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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