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미전실 지시로 계열사 급식 물량, 웰스토리에 몰아 줘"
삼성, "부당 지시 없었다…행정소송 등 법적 절차 통해 소명"

▲ 삼성 서초 사옥 모습.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웰스토리에 계열사 급식 물량을 몰아줘 그룹 총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일가의 '캐시카우(Cash Cow, 현금수익창출원)'를 만들어 준 삼성그룹에 부당지원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부당지원을 주도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삼성전자는 검찰통보됐다.

이에 대해 삼성은 "일방적인 사실관계와 법리 판단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며 법정 대응을 예고했다.

24일 공정위는 부당지원으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로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삼성웰스토리에 총 2349억2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최 전 실장과 삼성전자를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부당지원 행위 관련 과징금으로는 역대 최고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미래전략실(미전실) 주도로 2013년 4월부터 지난 2일까지 8년 넘게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 등 4개사의 사내급식 물량 전부를 수의계약으로 웰스토리에 몰아줬다. 웰스토리 총 매출액에서 이들 4개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28.8%(2013~2019년 기준)에 달한다.

4개사는 물량을 몰아줬을 뿐 아니라 '식재료비 마진 보장, 위탁 수수료로 인건비의 15% 추가 지급, 물가·임금인상률 자동 반영' 등의 조항을 계약에 넣어 웰스토리가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공정위는 "사실상 이재용 일가 회사인 웰스토리에 사내급식 물량을 전부 몰아준 것"이라며 "이런 계약 방식은 동종 업계에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웰스토리에 유리하다"고 밝혔다. 웰스토리는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삼성에버랜드)의 100% 자회사다.

공정위는 급식 물량 몰아주기, 유리한 조건의 계약 등 웰스토리에 대한 노골적인 지원 배경에는 미전실의 지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웰스토리(당시 삼성에버랜드)는 최 전 실장의 지시로 2013년 1월 '전자급식개선TF'를 구성, 식재료비 마진 보장 등 계약구조 변경안을 짰다. 그 해 2월 계약구조 변경안을 확정한 미전실은 4월 삼성전자 등 계열사들에 '웰스토리가 공급하는 식자재에 대해 가격을 조사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같은 해 5월에는 계약구조 변경안을 삼성전자 외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에도 적용하도록 조치했다. 공정위는 미전실이 계열사 구내식당의 대외 개방도 막았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삼성웰스토리가 부당지원을 바탕으로 벌어들인 돈이 결국 총수일가에게 흘러갔다고 보고 있다. 웰스토리가 2013~2019년 4개사와 거래해 총 485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는 게 공정위의 계산이다. 같은 기간 단체급식 시장 전체 영업이익의 39.5% 수준이다. 웰스토리가 계열사들과 거래를 통해 경쟁사업자들보다 높은 영업이익을 올렸고 이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외부사업장 수주 확대에 나섰다고 봤다.

삼성물산이 2015년(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후)부터 2019년까지 웰스토리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총 2758억원이다. 이 기간 웰스토리의 당기순이익은 3574억원인데 당기순이익의 대부분을 배당금으로 준 셈이다. 삼성물산은 이 부회장 일가 지분율이 31.58%인 만큼 이 중 상당 규모는 총수일가로 흘러갔다고 공정위는 보고 있다.

공정위는 "웰스토리는 단체급식 내부거래를 통해 취득한 안정적 수익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배당을 해 총수일가의 '캐시카우' 역할도 수행했다"고 밝혔다.

당초 공정위 심사보고서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측근인 정현호 사업지원TF장 등 전·현직 임원 4명을 검찰에 고발한다는 내용이 담겼으나 전원회의를 거치며 최지성 전 실장 외 3명은 고발 대상에서 제외됐다.

삼성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참석한 일감개방 선포식에서 단체급식 일감을 개방하겠다고 선언했고 공정위에 동의의결도 신청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삼성의 자진시정안이 미흡하다고 보고 동의의결을 기각, 제재 수순을 밟았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임직원 복리후생을 위한 경영활동이 부당지원으로 호도돼 유감"이라며 "삼성웰스토리가 핵심 '캐시카우'로서 합병 과정에 기여했다는 등 고발 결정문과 상이한 내용이 (공정위 보도자료에) 언급돼 있어 여론의 오해를 받고 향후 수사와 재판에 예단이 생길까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삼성 미전실이 삼성웰스토리 부당지원을 지시했다는 공정위 발표에 대해 "부당지원 지시는 없었다"며 "당시 경영진이 언급한 것은 '최상의 식사를 제공하라', '식사 품질을 향상하라', '직원 불만이 없도록 하라'는 것이었고 회사로서도 양질의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전원회의 의결서를 받으면 내용을 검토해 곧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앞으로 법적 절차를 통해 정상적인 거래임을 소명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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