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 은행, 테크기업 종속·수수료 등으로 회의적
은행권 독자 플랫폼 구축 논의…금융당국, 허가 미지수

▲ 대환대출 플랫폼 개념도. 자료=금융위원회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여러 은행간 금리 비교를 통해 쉽게 '대출 갈아타기'를 할 수 있도록 한 대환대출 플랫폼 사업이 오는 10월 출범을 앞두고 이해관계자간 셈법 갈등으로 흔들리고 있다. 수수료 문제와 빅테크(대형IT업체)·핀테크(금융기술) 업체로의 종속을 우려한 주요 시중은행들이 테크기업 주도 플랫폼 참여보다 독자 플랫폼 구축을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은 10월 중 시행 예정인 토스와 카카오페이, 뱅크샐러드 등의 대출 갈아타기 플랫폼 서비스에 참여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은행은 최근 진행된 플랫폼별 사전 참여 선호도 조사에서 토스나 카카오페이 등 어느 곳에도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금융위가 올해 업무계획에서 명시한 '비대면·원스톱 대환대출 플랫폼' 사업은 모바일 앱 등에서 금융 소비자가 은행 등 여러 금융기관의 대출 금리를 한눈에 비교하고 번거로운 서류 절차 없이 금리가 낮은 곳으로 손쉽게 갈아탈 수 있는 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금융위는 먼저 토스 등의 '금리비교' 플랫폼을 금융결제원의 대환대출 인프라와 연결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소비자로서는 더 낮은 금리의 대출을 적은 비용으로 영업점을 가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반면 은행들은 신중하다. 클릭 몇 번만으로 금리 비교와 대출 갈아타기가 쉬워지면 '금리 무한 경쟁'이 펼쳐질 가능성이 큰데다 플랫폼에 지불해야하는 많은 수수료도 큰 부담이다. 향후 시중은행의 '빅테크·핀테크 종속' 우려도 경계 대상이다.

KB국민은행은 현재 계좌 수나 가계대출 잔액 등에서 업계 수위로, 간편한 대출 갈아타기를 유도하는 성격의 플랫폼에 굳이 참여할 이유가 없다. NH농협은 수수료 문제 때문에 빅테크 플랫폼에 들어가는 것에 회의적이다.

5대 은행 가운데 신한·우리·하나은행은 대환대출 플랫폼의 전 단계 성격으로 토스, 카카오페이가 각각 운영하는 '금리비교' 플랫폼에 일부 참여하고 있지만 역시 본격적 대환대출 플랫폼 참여는 관망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한 대출 신청이 일반화되면 금융기관이 상품 조달 기능만 수행하면서 플랫폼 사업자에게 종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플랫폼 수수료가 대출액의 0.6∼2.0%에 이르는 것으로 안다. 장기적으로는 금융기관이 플랫폼 수수료 비용을 반영해 고객의 대출 금리를 책정하면서 고객의 부담까지 커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대안으로 지난달부터 '은행연합회 회원 금융기관 금리비교·대환대출 플랫폼 구축'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핀테크·빅테크 참여 없이 은행들끼리 별도 플랫폼을 만들어 낮은 수수료로 금리비교·대환대출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은행권 자체 플랫폼은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금융당국은 아직 명확한 답을 주지 않고 있다. 아울러 같은 은행연합회 회원사라도 전통 시중은행과 금리를 낮출 여력이 많은 인터넷은행 간 이해관계도 달라 세부 서비스 방법이나 내용 등에 쉽게 합의가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이에 금융위는 은행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여는 등 업계 여론 수렴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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