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자 콘텐츠 목적 외 사용 시 이의제기·손배면책 조항 시정
참여연대, "유사조항 잔류, 근본적 불공정 해소 어려워"

▲ 공정거래위원회 로고.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쿠팡이 판매자의 상호와 상품 이미지 등 콘텐츠를 제한 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불공정 약관을 공정당국 심사 도중 고쳤다. 시민단체에서는 판매상 노하우 탈취 등 근본적인 불공정 문제 해소에는 부족하다는 비판을 내놨다.

2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이 입점업주·소비자와 맺는 약관을 심사해 불공정약관 2개 유형을 확인했고 쿠팡은 심사 과정에서 해당 조항을 자진 시정했다고 밝혔다.

'아이템 위너' 제도를 운영하는 쿠팡은 그동안 약관을 통해 입점업체의 콘텐츠에 대한 이용권한을 광범위하게 부여받았다. 아이템 위너 제도는 동일한 상품 중 최저가 등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판매자를 대표 상품 판매자로 단독 노출하는 제도다.

아이템 위너는 쿠팡이 선정한 상품 대표 이미지를 사용하는데 이 대표 이미지는 다른 판매자가 올린 이미지가 될 수 있다. 현재의 아이템 위너가 다른 판매자가 만든 이미지를 활용해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약관에서 판매자가 제공한 상품 콘텐츠를 판매 여부 및 시기와 무관하게 동종 상품의 대표 콘텐츠로 쿠팡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개별 약정이 아닌 약관만을 통해 저작물에 대한 각종 이용에 대한 허락을 받는 경우 계약목적을 고려해 최소 범위에서 이용돼야 하므로 해당 조항은 법적인 한계를 넘어 과도한 권한을 사업자에게 부여하고 있다고 봤다.

이에 시정안에서는 상품 콘텐츠를 상품 정보의 효과적인 전달이나 판매자의 판매 촉진 등에 한정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또 원칙적으로 판매자가 아이템 위너가 아니면 이 판매자가 제공한 이미지를 대표이미지로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을 신설했다.

판매자가 제공한 상품 콘텐츠가 목적 외 또는 부적절하게 사용될 경우 판매자가 쿠팡에 의견을 제기하는 이의절차도 마련했다. 쿠팡이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분쟁과 관련된 손해배상책임 등 각종 법률상 책임을 면제한 조항도 시정했다.

특히 쿠팡이 판매자 콘텐츠를 제한 없이 자유롭게 사용하면서도 해당 콘텐츠에 관련된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면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을 판매자가 지도록 정한 조항을 삭제해 쿠팡이 부담해야 할 법적 책임을 지도록 했다.

쿠팡은 시정된 약관에 따른 시스템 개선이 완료되는 대로 시정 약관조항을 이번달 말 판매자 등에게 공지하고 오는 9월 1일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이번 공정위의 조치는 판매자의 저작권·소유권의 쿠팡 이전은 막았지만 사용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둔데다 유사한 조항을 그대로 남겨두어 판매자의 업무상 노하우 탈취 등 아이템위너의 불공정 문제를 온전히 해소하기 어려운 수준에 그쳤다"며 "아이템위너 제도의 근본적 개선이 아니라 일부 개선을 통해 이 제도를 유지 가능하게 길을 열어준 공정위 시정 조치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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