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명시의무, 약관·상품판매과정상 불충분"
소비자단체, "미지급 보험금 지급해야"…삼성생명, "판결문 살핀 후 항소 결정"

▲ 삼성생명 서초 사옥. 사진=삼성생명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법원이 보험금 지급액이 적다며 제소한 삼성생명 즉시연금 소송 1심에서 원고인 가입자 손을 들어줬다.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5부(이관용 부장판사)는 즉시연금 가입자 57명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미지급연금액 청구소송에서 원고 전부 승소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들에게 일부 금액을 떼어놓는다는 점을 특정해서 설명하고 명시해야 설명·명시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런 내용이 약관에도 없고 상품 판매 과정에서도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들에게 총 5억9000여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삼성생명에 주문했다.

삼성생명은 "'연금계약 적립액은 산출방법서에 정한 바에 따라 계산한다'는 표현이 들어 있고 산출방법서에 연금월액 계산식이 들어 있으니 약관에 해당 내용이 편입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을 펼쳤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즉시연금 미지급금과 관련한 소송에서 가입자의 4연승일 뿐만 아니라 첫 합의부 승소 결과다.

즉시연금은 가입자가 목돈을 맡기면 한 달 후부터 연금 형식으로 매달 보험금을 받는 상품이다. 원고들은 즉시연금 중에서도 일정 기간 연금을 받은 후 만기에 도달하면 원금을 환급받는 '상속만기형' 가입자들이다.

삼성생명을 비롯한 즉시연금 판매 생명보험사들은 순보험료(납입보험료에서 사업비를 뺀 금액)에 공시이율을 적용한 금액 전체를 연금월액으로 지급하지 않고 만기환급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일정액을 공제했다.

가입자들은 "약관에 이러한 공제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고 보험사의 명확한 설명도 없었다"며 2017년 금융당국에 민원을 내면서 즉시연금 미지급금 분쟁이 발생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보험사에 덜 준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고 금감원은 이에 따라 보험사들이 나머지 가입자들에게도 보험금을 주라고 권고했으나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KB생명 등은 거부했다. 이에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금감원이 2018년에 파악한 즉시연금 미지급 분쟁 규모는 16만명, 8000억∼1조원이다. 이 가운데 삼성생명이 5만명에 4000억원으로 가장 많다.

2018년 원고를 모아 공동소송을 추진한 금융 소비자단체는 이날 판결을 환영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즉시연금 미지급 반환청구 공동소송의 원고 승소 판결은 당연한 결과로, 남아 있는 공동소송건에서도 원고 승소 판결을 기대한다"며 "피고 생명보험사들은 이제라도 자발적으로 미지급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삼성생명은 "판결문을 받아본 후 내용을 면밀히 살펴서 항소 여부 등 공식 입장을 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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