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대출 급격한 둔화 쉽지 않아…DSR 규제 영향 등 주시"

▲ 자료=한국은행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금융감독당국의 고강도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도 지난달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6조원 이상 늘었다. 주택 매매·전세 관련 자금 수요가 꾸준히 이어진 영향이다. 다만 신용대출은 월초 HK이노엔 공모주 청약 증거금 반환의 영향으로 2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46조3000억원으로 7월 말보다 6조2000억원 증가했다. 증가 폭이 7월(9조7000억원)보다는 줄었지만 6월(6조3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가계대출 증감을 종류별로 보면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잔액 763조2000억원)이 한 달 사이 5조9000억원 불었다. 6월(5조1000억원), 7월(6조원)과 비교해 증가 속도가 떨어지지 않았다.

늘어난 주택담보대출 5조9000억원 가운데 전세자금 대출이 거의 절반인 2조8000억원을 차지했다. 전세자금 대출 증가액은 7월(2조8000억원)과 같고 6월(2조2000억원)보다는 많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한 달 새 3000억원 늘었다. 7월(3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크게 꺾인 셈이다. HK이노엔 공모주 일반 청약(7월 29∼30일)에 29조원이 몰렸다가 8월 3일 청약 증거금이 대거 반환됐기 때문이다. 한은은 HK이노엔 증거금 반환 규모를 1조5000억원 남짓으로 추정했다.

한은은 향후 가계대출 추세와 관련해 주택(전세)수요, 생활자금, 투자수요 등 대출 수요가 급격히 둔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7월부터 시행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효과, 주택시장 상황, 가계부채 총량 관리 강도, 대출금리 추이 등 여러 여건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예의주시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지난달 8조5000억원 늘었다. 7월(15조3000억원)보다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 대출 종류별로는 주택담보대출이 7조2000억원,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1조4000억원 증가했다.

기업의 8월 말 기준 은행 원화대출 잔액은 1041조3000억원으로 7월보다 7조9000억원 늘었다. 월 증가액이 7월(11조3000억원)보다 크게 줄었지만 8월 기준으로는 2009년 6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증가 기록이다.

중소기업 대출이 개인사업자 대출(3조4000억원)을 포함해 한 달 새 7조5000억원 불었다. 은행과 정책금융기관의 금융지원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설자금 중심으로 대출이 증가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대기업의 은행 대출은 한 달 새 불과 3000억원 늘었다.

여신(대출)이 아닌 은행의 수신 잔액은 8월 말 현재 2057조5000억원으로 7월 말보다 24조6000억원 늘었다. 수신 종류별로는 수시입출식예금이 자방자치단체 교부금 유입으로 16조3000억원 증가했다. 일부 은행의 예대율 관리 등을 위한 예금 유치 등의 영향으로 정기예금도 8조4000억원 불었다. 하지만 자산운용사의 수신은 8월 한 달간 10조원 감소했다. 특히 국고 여유자금 회수 등으로 머니마켓펀드(MMF)가 18조1000억원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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