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설경제팀 원나래 기자

기상 예보를 무시하고 전력수급을 예측 못했던 한전의 방심과 무책임이 ‘9·15 전국 정전’이라는 사상 초유의 대규모 정전사태를 자초해 국민을 당혹케 한지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았다.

하필이면 ‘정전대란’이 있었던 다음날, 한전은 김쌍수 전 사장이 퇴임한지 18일 만에 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을 한전 신임 사장직으로 선출했다.

가뜩이나 창사 이래 처음으로 4년 적자를 이어오고 있는데다 전기요금 현실화 등 기존 산적한 현안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한전이 ‘엎친데 덮친격’으로 정전사태라는 말썽(?)까지 피웠으니, 한전 신임 사장자리는 그야말로 취임과 동시에 ‘가시밭길’이 정해진 셈.

이러한 상황에서 한전 신임 사장으로 나선 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이 과연 가시밭길을 헤치고 나와 ‘샐러리맨 신화’를 써내려갈지, 아니면 ‘밑져야 본전’ 일지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사실이다.

우선 23일 예정돼 있는 국감에서부터 집중 공세를 받을 공산이 크다. 아무리 취임 전 발생한 사고였다 하더라도, 김중겸 신임 사장의 후속 대응방법이 어느 정도인지 벌써부터 잣대는 들이대진 것이라 하겠다.

특히 이번 정전사태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전기요금 현실화 또한 그렇다. 정전대란을 막기 위한 전력 과소비 억제를 위해 전기요금 인상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김쌍수 전 사장도 수차례 실패했던 전기요금 현실화. 과연 ‘산넘어 산’인 전기요금 인상을 이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기요금은 정부가 결정하고 있으며 물가관리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의 대립은 피할 수 없는 데다가 최근 물가 상승까지 더해져 정부와의 협의가 호락호락하지 만은 않은 상황이기 때문.

하지만 현 시점은 여느 때보다도 한전 사장의 임무가 막중하며 발 벗고 나서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일이 잘못되어도 손해 볼 것 없다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가짐을 버리고 혁신적인 구조적 개선을 적극 실천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한 사람으로서 더 이상 국민들의 피 같은 세금으로 백날 자리에 앉아 말로만 일하는 탁상공론은 이제 그만 사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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