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설경제팀 원나래 기자

지난  달 15일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한 지 벌써 한달이 넘었다. 하지만 정전사태 이후 정부 및 관련기관은 정전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보다는 여전히 서로 책임 추궁하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정전발생 4일후 개최된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공사 국정감사는 그 어느 때보다 활기가 넘쳤으며(?) 정전책임과 전력산업구조개편 등에 대한 다양한 주장들로 서로 자신에게 폭탄이 터질까봐 빠르게 떠넘기려는 폭탄돌리기의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지난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 이후 전력거래소로 분리됐던 전력계통의 운영권을 다시 한전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전력산업 수직재통합론’이 고개를 들었다.

대규모 정전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한전이 송전망을 보유한데 반해, 전력거래소가 발전소에서 송전선로에 이르는 전력계통을 운영함에 따라 전력계통망의 운영주체와 소유주체가 이원화되면서 생겨났다는 것.

따라서 전력구조개편 이후 전력거래소가 담당하던 수급 계획 및 발전소의 운전과 정지를 비롯한 전력계통 운영 권한을 다시 한전에 통합해야 한다는 데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아직 지식경제부는 간단한 사안이 아닌 만큼 뚜렷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야할 것이다. 만약 전력계통 운영권한이 한전으로 흡수된다면 사실상 전력산업구조개편을 중단한다는 뜻이며, 지난 10여 년간 추진해온 전력산업구조개편 정책이 실패했다는 걸 정부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됐다는 것이다.

또 만약 계통 운영권이 한전으로 통합된다면 발전자회사에 대한 한전의 지배력이 확고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서로 전력계통 운영권을 놓고 책임감을 운운하고 헐뜯으며 그저 지배력만 키우는 걸로만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전력거래소 직원들 또한 10년 전 한전에서 한솥밥을 먹던 사이며 10년 이상 계통운영 업무를 해온 전문성을 갖춘 인력들이다.

더 이상 정전방지 대책을 가장한 제식구끼리 결론 안나는 ‘칼로 물배기’ 싸움은 그만하고 이번 정전을 통해 전력수요 체계를 중장기적으로 검토·추진해야 할 것이다. 다가오는 올 겨울 동계 피크를 대비한 완벽한 대책이 강구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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