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설산업팀 김대중 기자

현대건설을 언급할 때 습관처럼 따라오는 말이 바로 '건설종가' '건설명가' '업계 1위' '업계 맏형' 등 화려한 수식어다.

지난 해는 사실 현대건설에게 이런 수식어가 따라붙기 조금은 겸연쩍은 한 해였다.

연초부터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간 매각 싸움으로 인해 분위기가 뒤수숭했고, 4월 들어 현대차그룹에 인수됐지만 기존 현대건설 출신 임직원들은 현대차그룹 인사들 눈치를 보느라 사실 속이 편할리 없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그룹 산하 현대엠코 출신인 김창희 부회장을 현대건설 출신 정수현 사장이 보좌하는 형태로 인사개편을 단행하면서 기존 현대건설 임직원들은 현대차 색깔에 적응하랴, 새로운 주인을 만난후 영업성과를 내랴 '두마리 토끼' 잡기에 분주했다.

물론 현대차그룹으로 편입 후 브랜드가치나 재무 건전성에 힘을 받아 수주에 호재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현대건설 직원들의 입장에선 냉소적 반응이 적잖았다.

김창희 부회장 선임으로 인해 완벽하게 현대차그룹 색깔을 덧입힌 것도 아니고, 현대엠코와의 합병도 아니라는 외부의 지적으로 인해 그간 쌓아올린 '건설명가'라른 자부심에 상처도 입었다는 후문이다.

그러다 보니 현대건설의 내부 의사결정 과정이나 사업 추진은 제 속도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이어졌고 결국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연말 한명의 선장을 내세웠다.

현대건설 김창희 부회장을 고문으로 임명하면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하고, 정수현 사장을 총괄사장으로 임명하며 단독체제를 구축시킨 것.

이로 인해 그간 제대로 기를 펴지 못했던 현대건설 출신 임직원들의 불안감이 일순 해소됐고, 말단직원에서 현대건설 사장까지 오른 '샐러리맨 신화'를 일군 정수현 사장의 행보를 보며, 현대건설 임직원들의 사기도 한껏 고조됐다.

이로써 현대차그룹 배에 눈치보며 승선하려 했던 현대건설맨들은 다시 본연의 색깔을 되찾고, '성과창출'이라는 목표를 향해 노를 저을 수 있게 됐다.

이 덕분에 그간 해외건설에서 제대로 성과를 못냈던 현대건설은 국내 영업력 증강으로 슬슬 '건설종가'의 명예를 회복하는 분위기다.

3년 만에 도시정비부문 수주 1위에 그 이름을 올렸고, 연초 제시했던 국내영업부문 수주 목표도 초과달성했다.

그간 산만했던 현대건설 분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단행한 조직 개편 등으로 그간 부진했던 국내외 영업력 강화에도 본격 나설 채비다.

이제 남은 것은 그간 부진했던 해외영업력 강화다.

건설종가, 업계 1위의 아성은 비단 국내 수주고 쌓기 뿐만 아니라 해외영업력에서 승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국내 빅5 건설사 CEO들이 하나같이 올해 목표로 신시장 개척, 해외건설 영업력 강화를 내세우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정수현 사장 역시 올해 경영목표를 ‘엔지니어링 기반의 글로벌 건설 리더’로 설정하고, 신흥시장 진출 등을 통해 해외 시장을 다변화하고 미래 신성장 사업을 육성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지난해 실적부진 역시 더 높이 오르기 위한 준비의 과정으로, 올해는 우리에게 분명 ‘기회의 해’가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더 이상 뒤를 돌아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샐러리맨 신화를 이룩한 정수현 사장이 2012년 눈으로 보여줄 건설종가의 명예회복을 기대해본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연말 실적 집계에서 증명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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