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석유선 취재팀장

지난 해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안전사고 문제가 불거졌던 KTX 고속철 문제가 연초부터 '민영화' 논란으로 시끄럽다.

국토해양부는 2012년도 업무보고 등을 통해 현재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독점하고 있는 철도 운영권을 경쟁체제로 전환키로 하면서 이른바 '민영화'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113년간 독점 운영구조가 깨지게 된 코레일은 그야말로 발등의 불이 떨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노조를 위시한 코레일 전임직원은 국토부의 방침에 거세게 반발하는 한편 경쟁체제 도입으로 요금이 20%인하 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은 한국교통연구원을 상대로 '허위 분석'이라며 법적 대응까지 나선 상태다.

특히 고속철 최대 알짜 노선으로 꼽히는 수서~평택간 수도권 고속철을 비롯해 호남고속철을 민간기업에게 운영권을 준다는 점에서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특혜'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국토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권도엽 국토부 장관은 19일 이같은 논란에 대해 "맞수가 있어야 발전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코레일의 독점 구조를 깨겠다는 방침을 확고히 했다.

국토부는 한국교통연구원의 분석 자료를 철도 운송서비스를 민간에 개방하면 운임 부담이 약 20% 줄어들 것이라며 사실상 국민에게 득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민간기업이 지하철 9호선처럼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면 투자비 회수가 용이해지고, 이를 통해 그간 철도에 투입된 발생한 부채를 상당히 경감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반면 코레일은 일반열차나 화물열차에서 적자가 날뿐, 유일한 수익노선인 KTX만 민간에 개방하는 것은 경쟁의 효과도 없고, 공공으로 돌아갈 실익이 민간기업에 돌아갈 뿐이라고 반발한다.

이처럼 찬반양론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가운데, 고속철 경쟁체제 도입에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고속철처럼 빠른 추진 '스피드'이다.


국토부 입장에서는 정권이 바뀌기 전에 어떻게든 결론을 내고 싶은 터라, 4월 총선 이후 우선협상자 선정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공언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국토부가 일반기업을 상대로 한 경쟁체제 간담회를 기자들의 눈까지 피해가며 결국 비공개로 진행하는 한편 철도공단을 앞세워 국토부가 SNS 여론 대응을 지시하는 모양새가 영 마뜩잖다는 것이다.

더구나 국토부는 20일 코레일을 상대로 한 끝장 토론에도 학계나 시민단체 등 외부인사의 참여는 배제하고 있다.

또 고속철 민영화를 위해 이례적이고 갑작스런 인사라는 눈총을 받으면서도, 국토부는 철도관련 담당자인 교통정책실장, 철도정책관, 철도운영과장 등을 물갈이 하기도 했다. 실제로 인천공항 민영화를 맡았던 김한영 교통정책실장이 새로 부임하면서 고속철 논란은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다보니 야권과 시민단체에서는 결국 정부가 '경쟁체제'라른 표현을 사용해 '고속철 민영화'를 추진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난한다.

뭔가 투명하지 않은 데다, 추진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는 말이다.

권도엽 장관의 말대로 "맞수가 있어야 성장한다"는 명제를 비단 고속철 경쟁체제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책에도 적용돼야 할 것이다.

일방통행식 밀어붙이는 정책 추진이 아니라, 반대 여론을 내세운 경쟁자들까지 의혹없이 설득해야만 '고속철 경쟁체제 도입'이 더이상 그들만의 '꼼수'로 폄하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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