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국제회의가 열리면 시민들은 여러가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시내 곳곳에서 교통이 통제되고 검문·검색 활동이 강화된다. 행정관서의 각종 단속도 잦아진다.

26일 열리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준비 과정에서도 시민들은 크고 작은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 작은 불편함을 넘어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사람도 상당수다.

◇구청 단속에 노점상은 울상

강남 지역 노점상들은 지난 12일 강남구청 앞에서 노점 탄압 규탄대회를 열었다. 구청이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노점 영업을 중단시키고 노상에 대형 화분과 화단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강남구청은 집회 직후 노점상들과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남역과 수서역 등에 설치된 화분과 화단은 그대로 자리를 지켰고 영업 중단 조치도 계획대로 진행됐다.

화분과 화단을 피해 간신히 영업을 하던 노점상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22일부터 29일까지 영업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강남역 인근 포장마차에서 분식을 파는 A씨는 21일 "노점상을 없애기 위해 화분을 놓았다고 한다. 그런데 외국 국빈들이 와도 (이 곳을 지나지 않고) 테헤란로를 지나 코엑스로 간다고 들었다. 이 곳은 국내 귀빈이나 어쩌다 지나칠 수 있을텐데…"라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근처에서 쥐포 등을 파는 B씨는 "화분은 쓰레기 투성이고, 꽃은 보는 사람도 없다"며 "화분이 굉장히 비싸다는 말을 들었는데 쓸모가 없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노점상들은 "열흘 가까이 장사를 쉬어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구청에 대한 비판에는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또 하나같이 자신의 실명이 언론에 공개되는 것을 꺼렸다.

강남구청은 자율적인 영업 중지를 유도했다고 설명했지만 노점상들의 설명은 달랐다.

수서 인근 노점에서 분식을 파는 C씨는 "장사를 쉬라는 것은 일방적인 것이다. 22일 이후 장사를 하면 이후의 일은 책임지지 않겠다는 식이다"며 "보복이 두려워서 따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C씨는 "과태료 40만원 부과할 것을 300만원 부과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단속을 나오면 버텨낼 사람이 어디 있겠냐"며 "이 시기에 장사를 하러 나오는 것은 휘발유를 끼얹고 불 속에 뛰어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행사장 주변 상점 매출도 급감

행사장 인근에 위치한 코엑스몰 상점들도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상점들은 행사 기간인 26∼27일 대부분 문을 열지 않는다. 행사장 주변 지역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기 때문이다.


 
매출도 평소에 비해 크게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호텔 업계 등 일부 업종이 국제회의 특수를 맞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코엑스몰에서 열쇠전문점을 운영하는 명노영(65)씨는 20일 "큰 국제 행사가 열리면 보통 10일에서 15일 정도는 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다"며 "15∼20% 정도 매상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명씨는 "국가 차원에서 다 같이 잘 되자고 하는 일이니 불만은 없다"면서 "핵안보정상회의 덕분에 이틀 쉰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스크림 가게 종업원 D씨는 "지난 G20정상회의 기간에도 손님이 없어 장사가 안됐었고 이번에도 그럴 것 같다"며 "이 주변 가게들은 대부분 행사 기간동안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철통 보안태세…통행에 불편 겪기도

행사장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은 통행에 불편을 겪기도 한다. 경찰은 19일부터 행사장 주변에 검색대를 설치하고 철통 보안태세를 갖췄다. 일부 시민들은 경찰의 철저한 보안검색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양창렬(76) 할아버지는 경찰이 주머니 속 소지품까지 모두 확인하자 분통을 터뜨렸다. 양 할아버지는 "하루 이틀 전에 하는 것이면 모르지만 일주일 전부터 이러는 것은 과잉 대응"이라며 언성을 높였다.

강남경찰서는 지난달 노숙인의 행사장 출입을 통제하는 내용의 핵안보정상회의 치안 대책을 내놔 빈축을 샀다.

강남경찰서는 노숙인들에 의한 우발 범죄를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시민단체는 이 대책이 인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빈민해방실천연대 등 시민단체는 "국제 행사를 빌미로 한 노숙인에 대한 탄압은 이미 공식이 된 지 오래"라며 "정부는 가난한 민중들을 외국 손님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숨겨야 하는 치부로만, 골칫거리로만 여기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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