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품의 설명서에 쓰여있는 주의사항을 따르지 않고 투약했다가 환자가 사망했다면 의료진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9부(부장판사 최완주)는 의료사고로 사망한 박모씨의 유족 등이 "의료진이 약을 잘못 사용했다"며 의사 이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취소하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알코올 금단증상을 완화시켜주는 할로페리돌의 약품 설명서에는 정맥 투여용으로 허가되지 않았다고 적혀 있지만 의료진은 이를 어겼다"며 "또 정맥 투여를 했다면 심전도 상태를 감시해야 한다는 주의사항도 지키지 않는 등 의료 과실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설명서에는 할로페리돌 투약으로 환자에게 저혈압이 발생했을 때 혈압을 높이기 위해 에피네프린을 사용하면 안 된다고 기재돼 있지만 의료진은 이를 지키지 않아 박씨를 사망하게 한 점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단 "박씨가 장기간 알코올 의존증에 빠져 있어 초기 간경화 진단을 받았고, 사고 직전 2주 동안 폭음을 한 것이 사망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책임비율을 30%로 제한하고 유족 등에게 87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박씨의 유족들은 지난 2008년 8월 경기 의왕시 알코올중독 전문 치료병원에서 박씨가 알코올 금단증상으로 할로페리돌 등을 투약 받은 후 저혈압 증상으로 사망하자 소를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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