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의 이른바 ‘기소청탁 의혹’ 사건이 뚜렷한 결과도 없이 흐지부지 매듭지을 것으로 보여 법의 공정성 여부가 또다시 여론의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이번 경찰수사에서도 역시 경찰은 스스로 신뢰도에 흠을 내고 말았다는 평가를 면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의 남편인 김재호 판사의 ‘기소청탁 의혹’을 둘러싼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나 전 의원과 김 판사, 그리고 ‘시사인’의 주진우 기자 등 관련자들을 불기소 의견으로 이번 주 안에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사건에 대한 부탁은 있었지만 허위사실 유포죄를 적용하긴 어렵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27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김 판사가 경찰에 출석하는 대신 지난 25일 오후 3시께 A4 넉 장짜리 진술서를 보내와 따로 출석요구를 하지는 않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이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김 판사가 진술서를 보내온 만큼, 기소청탁을 받았다고 주장한 박은정 검사에 대해서도 소환 조사를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세 번째 출석 요구에 마지못해 던진 김 판사의 서면 진술서가 그동안 전 국민적 공분을 사게 했던 ‘기소청탁 의혹’ 사건을 마무리 짓게 만든 것이다.
게다가 김 판사의 서면 진술내용은 ‘기소 청탁이 있었다’는 박은정 검사의 진술서와는 상반된 내용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김 판사의 서면 진술서는 “박은정 검사는 공판검사일 때 알고 지냈고, 언론에 박 검사의 진술서가 공개된 뒤 생각을 해보니 전화를 한 것으로 짐작된다. 전화를 했다면 (나 전 의원을 비방한 해당 누리꾼이) 게시한 글을 삭제하도록 해달라는 내용이라고 추정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김 판사가 전화를 해 ‘도저히 참을 수 없다. 사건을 빨리 기소해 달라. 기소만 해주면 내가 여기서…’라고 말했다”는 박 검사의 진술서 내용과는 크게 엇갈리는 주장이다.
하지만 박 검사는 끝내 출석하지 않았고, 경찰은 강제 소환이 불가능한 참고인에게 더 이상의 출석 요구는 무의미하다고 보고 이번 주 안으로 사건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경찰은 일단 전화통화가 있었던 만큼, 어떤 형태로든 사건에 대한 부탁은 있었다고 보고, 의혹을 제기한 주진우 기자는 무혐의라고 잠정 결론 내렸다.
나 전 의원 부부 역시 보도자료를 낼 당시 기소청탁이라고 인식하지 못했던 만큼,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보기 힘들고, 특히 이들 부부가 보도자료 작성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어 처벌이 힘들다는 게 경찰 측의 입장이다.
이렇게 양측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되면, 남는 건 김 판사의 부탁이 적절했는지 논란과 합당한 처분인데, 이 역시 법원의 징계 시효마저 지난 상황에서 후속 조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경찰은 기소청탁의 당사자인 판·검사는 제대로 소환 조사조차 못한 채 양측 모두 허위사실 유포는 아니라는 찜찜한 결론만 내리게 됐다.
경찰은 박 검사에 이어 김 판사로부터 진술서를 받은 만큼 이번 사건과 관련해 최대한 할 수 있는 수사는 사실상 끝마쳤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이로써 이번 사건 관련자들에 대해 모두 무혐의로 결론짓고 수사를 종결하게 됐다. 사건의 핵심 근처에도 가지 못한 채 경찰의 한계를 또 다시 노출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현직 판검사에 대한 소환 요구를 하는 등 수사에 의욕을 보였던 경찰이 결국 ‘용두사미’에 불과한 결과를 내놨다는 국민들의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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