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의 정치인생을 마감하고 초야로 돌아가겠다"
노장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이 정계은퇴 선언의 말이다. 그의 은퇴선언을 보고 일찍이 맥아더 장군의 "노병은 결코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는 고별사를 연상케 한다.

조순형 의원은 고(故) 조병옥 박사의 아들로 남달리 국회에서 바른 소리함으로써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칭을 가졌다. 조 의원은 국회 법사위에서 기회가 있을 때 마다 날카로운 질문과 강한 공세를 취해 정계에서 그의 발언을 경청케 했다.

조 의원의 측근에 따르면 벌써부터 정계 은퇴를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몸담고 있는 자유선진당의 행보를 보고 크게 실망했다. 심대평 당 대표 이회창 전 대표 간의 갈등을 보면서 당의 발전에 회의를 느껴왔다. 특히 이번 서울 중구지역 지명공천을 했을 때 당의 명령을 거절하지 못하고 수락했다. 그러나 서울 중구가 정치 2세들의 대결구도로만 부각되는 것을 보고 선친에게 욕을 돌리는 일이 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서울 중구는 6선을 지낸 정석모 전 내무장관의 아들(새누리당 후보). 민주당의 상임고문의 아들이자 8선의원인 정일영 박사의 손자인 정호준 전 청와대 행정관(민주당 후보), 그리고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서기도 했던 조병옥 박사의 아들 조순형 의원(자유선진당 후보)이 맞붙게 되며 주목받은 지역이다.

7선의원인 조순형 의원 입장에서 정치명가의 자제들 간의 대결로 언론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는 점이 그리 편치만은 않은 일일 터였다. 조 의원은 "정치도 사람이 하는 것이고, 정치 이전에 사람의 도리가 앞선다고 믿으며 살아온 만큼 연장자인 자신이 물러서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조순형 의원은 1981년 무소속으로 국회에 들어온 이래 7선을 기록하며 31년째 의정생활을 해왔다. 조 의원을 정계에 입문시킨 것은 그의 형 조윤형. 12·12 쿠데타 이후 야당인 형을 탄압하자 동생에게 출마를 권유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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