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승원 사회부 부장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정치인, 언론인, 공직자, 노조 등을 상대로 대대적인 불법 사찰을 벌인 전모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정권의 지지도와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정통성과 자신감을 상실한 것이 문제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다수 대중에게서 등이 돌리는 위기의식을 느낀 정권은 넘버원 탈출 시도로 사찰을 선택한다.

집권초기 한껏 오른 상승곡선은 하늘을 찌를 듯 용기백배에 의기양양 거침없는 하이킥을 날리며 치고 내달리며 밀어 부쳐던 뚝심은 지금 어디에도 찾아 볼 수가 없다.

국민들의 기대심리는 피로 누적으로 인한 오십견을 넘어 지쳐 주저앉아 버렸다. 기대심리가 깨지며 불안해 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막연한 심리적 기대가 무너지며 안정을 잃어 버렸다. 스스로의 자괴감을 떨쳐내려 결국 대중에게 화살을 돌리며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그러는 거야”라는 분노가 표출된다.

현 정권이 대대적인 민간 비밀사찰을 별도의 비선 조직을 동원해 시도한 것이 이 때문이다. 그리고 문건에 2008년부터 민간사찰이 진행된 걸로 기록되었으니 촛불 정국 때 이미 사찰과 감시에 대한 구상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상당한 예산과 인력이 소요되는 대대적이고 지속적인 민간 사찰이 국무총리실 차원에서 이뤄질 수만은 없다.

국무총리실은 어차피 집권세력의 향방이나 정치권력하고 관계없는 조직이다. 국무총리는 행정부 업무의 조정과 총괄에 몰두하는 조직이 민간사찰에 나선다는 건 청와대에 보고하는 것 외에는 어디에 넘겨 줄 때도 없다.

시민사회에 대한 정치적 보복은 노태우 정권 때 비상계엄까지 염두에 두고 벌인 ‘청명계획, 반정부인사 923명’ 사찰을 분기점으로 해 문민정부 시대로 들어서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없어졌다. 그런데 다시 이 정권에 들어서 부활하고 있다.

이번 민간사찰 사건은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후 노태우 정권의 상황이 닮아 있다. 대통령에 대한 강한 퇴진 요구가 등장하고 하야논의에 대한 시점이 거론되는 총선 시국에 분열해 갈라졌던 야당이 하나로 뭉치면서 시민사회세력이 여기에 힘을 보태는 것이 바로 위기의식의 발로다.

권력은 시대적 책임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민주공화국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이어가는 것도 집권세력의 책임이다.

대한민국의 반만년 역사의 수렁에는 정치적 이념이 자리한다. 그러나 목적이 무엇이던 국가와 민족의 정통성 및 역사적 정체성을 정파적 목적으로 함부로 훼손해선 안 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 제17조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을 어기고 국가의 기간 질서를 흔들면 바로 국사범이 된다. 나라의 정치적 질서를 침해하고, 국가 또는 국가권력 자체를 침해하는 범죄는 국사범으로 다뤄 마땅하다. 대대적인 민간사찰을 기획하고 승인하고 실행에 옮긴 모든 인물들은 국사범으로서 조사 받고 그 결과에 따라 처벌받아야 한다.

국민의 기본권은 국가의 질서와 안녕과 번영으로 나아가는 것, 바로 헌법을 수호하는 일이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