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경찰청장이 9일 사퇴를 표명함에 따라 경찰청장 임기제에 대한 무용론이 또다시 일고 있다. 경찰청장 임기제가 2003년 도입된 이후 6명의 경찰청장 가운데 이택순 전 청장만이 임기를 채웠기 때문이다.임기제는 경찰의 중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경찰청장에게 2년의 임기를 부여한 제도다. 하지만 경찰청장은 외부로 부터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임기제 시행의 첫 청장은 최기문씨였다. 최 전 청장은 당시 경찰 고위직 인사와 관련해 청와대와 갈등을 빚으며 2004년말 임기만료 3개월을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다. 첫 임기제 청장의 불명예 퇴진으로 경찰 안팎에서는 임기제 무용론이 거세게 일었다.
최 전 청장의 후임으로 허준영씨가 경찰청장 자리에 올랐다. 허 전 청장도 2년의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자리에서 물러났다.농민 전용철씨가 시위 도중 숨지는 사건이 발생, 과잉진압 논란으로 퇴진압력을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농민사망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 최 전 청장의 퇴진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결국 최 전 청장도 취임 1년여만에 스스로 물러나게 됐다. 미국산 쇠고기 촛불집회 과잉 대응과 불교계와의 마찰로 인해 퇴진압력에 시달렸던 어청수 전 청장도 2009년 1월17일 사의를 표명하고 중도하차했다
어 전 청장은 임기제와 관련해 "부당한 외압에 의한 사퇴를 예방하는데 제도 취지가 있다"며 "스스로 조직 발전을 위해 용퇴하는 것까지 제한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강희락 전 경찰청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2010년 8월5일 스스로 경찰청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강 전 청장은 용산참사로 수뇌부 공백기를 맞은 2009년 3월 경찰청장에 부임했지만 다른 청장들과 마찬가지로 임기를 마치지 못했다.
조 청장도 9일 스스로 총수자리에서 물러남에 따라 경찰청장 임기제는 또다시 명목만 유지되게 됐다.
4대 권력기관장의 교체는 청와대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외부의 입김에 따라 스스로 자리를 내놓을 만큼 경찰청장 자리는 임기가 보장되지 않은 불안한 자리임을 입증하는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 청장의 중도 사의로 정권의 부당한 외압으로부터 경찰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임기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화 되는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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