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권진안 정치부 부장

 
차를 타면 무의식적으로 운전 중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스포츠 중계 등을 시청하는 운전자가 많다. 하지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는 자동차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안전운전을 방해하는 도구다. 운전자는 물론 동승자도 운전 중 DMB 시청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 깨달아야 한다.

앞으로 운전 중에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시청하다 적발되면 처벌을 받게 된다. 끔찍한 교통사고를 부르는 운전자의 DMB 시청에 대한 처벌 규정을 늦게나마 강화하는 것은 사고 예방 차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사후약방격의 처방이지만 DMB 시청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과 함께 운전자 스스로 치명적인 위험을 인식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당국에서 유명무실했던 DMB 시청 금지 규정을 고치겠다고 나선 것은 지난 1일 경북 의성군 단밀면 낙정리 25번 국도에서 발생한 25t 트럭이 사이클 선수들을 덮친 사고의 원인이 DMB 시청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다.

교통안전공단은 지난 3월 DMB 시청 등의 운전 중 부주의로 인한 교통사고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주행 중 사고 상황을 인지하고 제동을 했다고 가정한 56km/의 고정벽 정면충돌 시험, 그리고 고속운행 중 부주의로 인해 제동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를 가정한 80km/h와 100km/h의 고정벽 정면충돌 시험을 비교분석 한 바 있다.

시험 결과 56km/h를 기준으로 80km/h와 100km/h의 속도비 및 운동에너지를 비교하고 이를 다시 충돌속도와 동등한 자유낙하 높이에 대입했을 때, 56km/h는 건물 4층 높이, 80km/h는 8층 높이, 그리고 100km/h는 13층 높이에서 떨어진 것과 동일한 충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교통법에서 운전자는 운전 중에는 휴대용 전화나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을 시청하지 못하게 되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도 도로교통사고 사망자 5,505명 중 약 10%인 약 550여명이 DMB 시청 등 운전 부주의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미국은 10∼20% 정도로 추정)된다.

DMB를 보면서 운전하는 것은 면허 취소기준에 해당하는 알코올농도 상태로 만취운전할 때보다 전방주시율이 낮고 순간 대처가 더 늦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청(NHTSA)에 따르면 운전 중 DMB 시청 등으로 인해 운전자의 반응시간이 도로교통법에서 음주운전으로 규정하고 있는 혈중 알콜농도 허용치 0.05% 보다 훨씬 높은 0.08% 수준으로, 중상 가능성이 4배 이상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문자 메시지를 사용할 경우에는 운전자는 약 2초 정도 전방주시를 하지 못하게 되는데, 100km/h로 주행할 경우 이동거리는 약 55m로 축구장 길이(110 m)의 절반 거리를 눈감고 주행하는 것과 같다.

경찰청이 마련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DMB 시청 행위에 대한 처벌과 이동 중 영상송출 제한을 의무화하는 게 골자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행위에 준하는 최대 7만 원의 범칙금과 벌점 15점이 부과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차량 이동 중에는 DMB 영상이 아예 나오지 않도록 하는 기능을 내비게이션에 탑재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영업용 택시 기사가 운전을 하며 DMB를 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지난 3년간 발생한 교통사고가 8000여 건에 이르고 다친 사람도 1만3000여 명에 달할 정도다.

DMB를 시청하며 운전하는 것은 비극을 자초하는 지름길이다. 19대 국회는 개원하는 대로 관련 법령의 개정을 조속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당국에서는 법 개정 전이라도 적극적인 계도와 함께 다양한 홍보활동을 통해 교통문화를 바꾸도록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운전자 스스로 위험성을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운전 중 DMB 시청을 자제하는 안전 의식 실천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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