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룹 계열사 자금을 유용해 사적인 투자를 한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3월 29일 오전 재판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출두하고 있다.



- 개인자금 마련키 위한 각종 대책 마련

 


최태원(52) SK그룹 회장이 회삿돈을 횡령하는 배경에 그룹 재무팀의 지원 계획이 있던 정황이 드러났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원범)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는 최 회장의 개인 자금을 관리한 SK그룹 재무팀 전 부장 박모씨가 작성한 현황보고 문건이 증거물로 제출됐다. 박씨는 2006~2010년 최 회장의 자금관리인으로 일한 핵심 증인이다. 이 문건은 박씨가 2008년 11월5일 작성한 것으로, 선물투자로 유동성 위기로 몰린 최 회장에 대해 개인자금을 마련해주기 위한 각종 대책이 들어있다.

특히 이 문건에는 불법·탈법적인 지원 계획도 대거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문건에는 최 회장이 특정인물에게 개인 대출 형식으로 돈을 빌리고 이 인물을 계열사 고문으로 채용해 고문료 형식으로 이자를 지급하는 방법이 나와있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은 C씨에게 20억원을 빌리고 C씨를 계열사 상임고문으로 채용한 뒤 급여 1억여원과 차량, 스포츠 클럽 이용권 등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에는 또 SK가 주유소를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유소 사장에게 매입하고, 초과 금액을 주유소 사장이 최 회장에게 빌려주는 방법이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은행대출을 받아 최 회장이 만든 특수목적법인에서 돈을 빌렸다가 되갚고 파산시키는 방법으로 법인에 남아있는 돈을 챙기는 방안도 검토됐다.

이날 검찰은 당시 자금 사정이 나빠 회사 자금을 횡령할 수 밖에 없었던 최 회장의 범행 동기를 입증하는 데 주력하는 한편 이 문건에 나타난 계획안을 증거로 최 회장이 횡령의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씨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개인적으로 검토한 것"이라며 최 회장의 개입 여부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 SK측 관계자는 "C씨는 최 회장과 대여계약을 맺기 1년여전부터 계열사 고문으로 근무하고 있었다"며 "대여계약과 고문계약은 별도다. 빌린 돈은 최 회장의 돈으로 모두 갚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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