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산업부 송호길 기자
▲ 경제산업부 송호길 기자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피해자는 우리 가맹점주입니다. 피눈물을 흘리고 있어요." 고물가 시대에 흥행 중인 '반값 치킨'에 대해 묻자 치킨 프랜차이즈의 한 가맹점주가 한 말이다. 그는 대형마트의 반값 치킨 이슈가 뜨겁게 된 데에는 치킨 프랜차이즈의 폭리 때문이라고 지목했다. 가맹점주의 수익을 늘리려면 원가를 낮춰야 하는데, 프랜차이즈들이 일제히 공급가를 인상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가맹점주와 치킨 프랜차이즈의 갈등의 불씨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통계를 보면 홈플러스가 지난 6월 말 선보인 치킨의 누적 판매량은 지난 15일 기준으로 38만 개를 넘어섰다. '치킨런'(치킨+오픈런)을 했음에도 순서에 밀려 사지 못했다는 후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반값 치킨을 웃돈을 붙여 되파는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소비자들은 싸고 품질 좋은 가성비에 열광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이어지면 '동네 치킨집 매출에는 타격이 없는가'에 대한 물음이 나온다. 가맹점주들이 걱정되는 이유다.

가뜩이나 배달비까지 포함하면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은 3만원에 육박해 소비자의 원성이 높다.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편의점까지 치킨 전쟁에 뛰어들면서 점주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렇다고 싼 가격에 손님 모시기에 나서는 대형마트를 탓할 수만은 없다. 현 상황에 대해 한 가맹점주의 말을 빌리자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가맹본부가 치킨 유통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한 뽀족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프랜차이즈들은 대형 마트의 저가 치킨보다 맛과 품질 면에서 우수하다며 서로 다른 시장이라고 선을 긋는다. 자체적으로 소스를 개발하고 더 큰 가공육을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다만 현재 '소비자들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대기업들이 반값 피자, 반값 우유를 속속 내놓고 있는 이유를 곱씹어 볼 때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골목상권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대기업들은 값싼 치킨을 팔 수 없었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졌다. 이제 화살은 대기업이 아닌 치킨 프랜차이즈로 향했다.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은 통하지 않는다. 등 돌린 여론을 돌려놔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 이제부터라도 가맹점주의 수익 여건을 제고하면서 투명한 유통 구조를 공개하고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 개선 방안 등을 다방면으로 검토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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