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건축기술 살아 숨쉬는 LH토지주택박물관

 

박물관 저쪽에서부터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잠시 후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아이들이 박물관에 들어선다. “박물관에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했죠?” 선생님이 주의를 모으자 “조용히 해야 해요”하며 아이들은 동시에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댄다.

용인시에 있는 노벨생태어린이집(원장, 박충분) 원생 76명이 LH 토지주택박물관을 찾았다. LH 이지송 사장도 박물관을 찾은 손자뻘 원생들이 무척이나 반가운 듯 일일 큐레이터를 자청하고 나섰다.

박물관에 오는 아이들은 천가지 표정을 가지고 있다. 어두워서인지 무섭다며 떼를 쓰는 3살 박이서부터 모든 것이 궁금하기만 한 나이 네다섯 살 아이, 그리고 박물관 경험은 꽤나 있어 보이는 나름 의젓해 보이는 6·7세 아동까지 모두 다른 표정으로 박물관을 들어선다. 이 아이들에게 토지주택 박물관이란 곳은 어떤 공간으로 보여 질까.

◇ 선생님 공룡은 어디 있어요?

어린이집 또래 아이들 대부분은 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선생님 공룡은 어디 있어요?”라고 묻는다. 다른 박물관에 들어서면 보통 공룡이 등장했던 시대를 가장 먼저 접하기 때문일 것이다. 공룡이 없다는 말에 아이들은 이내 실망하지만 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지붕의 양 끝에 달아 놓은 용머리기와를 보고 어느새 눈빛은 진지함이 묻어나고 이것저것 질문이 시작된다. “자, 이게 무슨 동물일까요?”라고 선생님이 묻자 아이들은 멀뚱멀뚱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다 한 녀석이 이내 참지 못하고 “공룡!”이라고 답한다. 이내 아이들은 흥분하며 재잘대기 시작한다. 공룡이 아니라 상상의 동물인 용이라고 하자, 용의 생김새며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질문이 쏟아진다. 본격적인 전시 관람이 시작되자 장난기 가득하던 얼굴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모두 꼬마 고고학자·역사학자의 얼굴이 된다.

◇ 외부로부터 우리 가족들을 어떻게 지킬 수 있었을까요?

성곽은 영토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시설물이었다. 성곽은 매우 복잡한 토목건축기술을 필요로 했고, 국가별 원천 기술의 차이에 따라 축성방법이 달랐다. 전시되어 있는 실제 성곽 축조에 쓰였던 기구와 성벽, 성벽에서 주로 쓰였던 무기인 투석기에 아이들은 눈을 떼지 못한다. 몇몇 아이들은 성벽을 오르는 시늉을 하기도하고 석환(石環)을 들어 던지는 흉내를 내기도 한다.

겨울이 상대적으로 긴 우리나라에서 없어서는 안 될 주택의 토목기술은 집을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는 난방기술이다. 우리나라 토목기술의 정수가 바로 독특한 형태의 온돌이 아닐까! 박물관은 초기 온돌인 외줄고래·두줄고래에서부터 전면온돌 그리고 현대식 보일러에 도입된 온돌방식을 한 곳에 전시해 아이들은 지금 우리가 추운 겨울에도 어떻게 따뜻한 방에서 지낼 수 있는지 알 수 있게 했다. 아마도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면 모두 방바닥에 깔려 집을 따뜻하게 해 주는 온수파이프를 머릿속에 떠올릴 것이다.

▲ 12일 LH 이지송 사장이 토지주택박물관을 방문한 노벨생태어린이집 원생들에게 통일신라시대의 대형기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김윤배기자)

◇ 저렇게 큰 기와가 어떻게 지붕에 올라가요?

토지주택박물관에서 단연 눈에 띄는 건축 유물은 남한산성에서 발굴된 통일신라시기의 대형기와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굴된 가장 큰 기와로 기와 한 장의 무게가 20kg에 달한다. 아이들은 집위에 얹어 지붕을 만든다는 큰 대형기와를 보자 눈이 휘둥그레진다. “선생님, 그렇게 무거운데 집이 무너지지 않을까요?” 당연한 질문이다. 전시된 대형기와는 매우 독특한 사례로, 이 기와가 쓰였던 건물의 외벽은 적어도 2m이상 돼야 기와의 무게를 견딜 수 있었을 것이다. 이 기와가 쓰였던 건물은 외벽이 다른 건물에 비해 상당히 두꺼웠으며 각종 무기를 보관하던 무기고였을 것으로 역사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 우리 엄마아빠 어린 시절에는…

우리나라 토목기술의 역사 전시의 마지막은 광복 후의 건축기술이다. 50∼70년대 서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가옥들의 모습과 황헌만 작가가 찍은 6·70년대 우리의 일상을 전시해 둔 곳은 아이들이 가장 흥미로워 하는 곳이다. “우리 친구들은 어디 살고 있지?”라고 묻자 “아파트요!”하는 대답이 대부분이다.

도시에 있는 아파트에 사는 지금의 아이들은 사진에서 보는 한강에서의 물놀이, 냇가에서 빨래하는 어머니들의 모습이 낯설기만 하다. “선생님, 우리 할머니 시골집도 저렇게 생겼어요”라며 자랑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6·70년대 우리나라의 소박하고 정감어린 주거문화가 이제는 박물관에서 밖에 볼 수 없는 지나간 과거의 역사가 돼버렸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 뽀로로가 도시에 갔어요!

뽀로로와 함께 하는 도시건축 이야기는 아이들의 관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시쳇말로 ‘뽀통령’이라 불리는 아이들의 우상 뽀로로를 출연시킨 도시건축이야기는 인기 만점이다. ‘뽀로로가 도시에 갔어요’ 영상을 보는 아이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뽀로로 목소리가 나오자 산만하게 장난을 치던 아이들도 일순간 조용해지며 화면 속 영상에 빠져들고 만다. 숲속에 살고 있는 뽀로로와 친구들이 도시여행을 하면서 접하게 된 낯선 건축물인 아파트, 학교, 상가, 그리고 이 건물로 이뤄진 도시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된 이 영상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주택과 도시, 그리고 세계를 배우며 꿈을 키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정자사옥 내에 위치한 토지주택박물관은 우리나라의 토지와 주거 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 매년 전시테마를 바꿔 운영되고 있는데 올해는 ‘우리나라 토목·건축기술의 역사’가 주제다. 사실 어린이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는 주제라 박물관에서는 최대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전시기획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한다. 또한 관람 학습지를 제작하고 배포해 어린이들이 쉽게 전시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박물관은 살아있다! 박물관은 조용하지만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들은 어린이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대화를 원하고 있고 아이들은 그러한 대화를 통해 크게 배우고 자라난다.

LH 토지주택박물관 정나리 차장은 “전면적으로 시행되는 주 5일제 수업 등에 맞춰, 더 즐겁고 다양한 전시·기획을 통해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살아있는 현장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지속적인 문화나눔과 사회공헌에 기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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