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김치 다음으로 세계 최고 자살률로 유명하다.

한국의 정신건강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2주일 예정으로 방한한 마이클 보르위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고용노동국 수석 전문가는 “보건 전문가들의 사이에서 한국의 높은 자살률은 전설적이다.

한국하면 ‘김치’ 다음으로 유명한 게 자살률인 걸로 알고 있느냐” 고 반문한 뒤 “정신 질환 관련 정부 지출은 턱없이 낮고 서비스는 후진적이다, 유럽에서 수십 년 전에 사라진 요양시설을 열심히 짓고 있는 게 한국”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년간 한국사회의 자살률은 드라마틱하게 치솟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자살률은 1990년 10만 명당 7.6명에서 2001년 4.4명을 거쳐 2010년에는 31.2명까지 늘어났다.

20년만에 4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2010년 기준 매년 1만 5,566명, 하루에 42.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계산이다. 70-80대 노인 자살로 가면 이 수치는 10만 명당 84~123명까지 높아진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난해 자살예방 관련 예산은 고작 23억 원에 그쳤다. 3,000억이 넘는 이웃 일본의 10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정신보건 전체 예산을 따져도 241억 원(2011년 기준) 밖에 안 된다.

자살률이 높아 일명 ‘자살벨트‘로 불리는 강원, 충남·북 중 충북지역에는 아예 자살예방센터가 없다. 나머지 두 곳에도 센터가 들어선 건 1~2년 전에 불과하다.

한국인의 정신이 병들고 있다. 그야말로 정신건강에 탈이 생겨 마음이 건강하지 못함은 물론 그로 인해 이상 행동을 보일 수밖에 없는 정신장애인이 늘고 있다. 일생동안 정신질환을 한번 이상 앓는 사람이 성인 기준 10명중 3명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있을 정도다.

우리 사회가 짊어져야 할 부담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학교에선 학생이 교사에게 대들고 성격 장애자에 의한 엽기적인 성폭행 및 살인 사건도 자주 발생한다.

정신건강의학 전문 의사들은 이를 놓고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과 무관심, 그리고 불감증이 빚어낸 총체적 결과“라고 지적한다. 말하자면 사회병리 현상이란 진단이다.

자살자의 80%는 우울증, 불안, 알코올 남용 등 정신질환을 앓은 경험이 있다.

해법이 한 가지일 수 없지만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는 데 동의한다. 현재 정신 보건 시스템은 1~2%의 중증 질환자를 위주로 짜여 15%에 달하는 경증 우울증, 불면증, 불안증 환자는 사실상 방치해 왔다. 정신과 치료에 대한 낙인과 편견도 심했다.

이제 정신건강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자녀 양육, 노동생산성, 건전한 공동체 형상에 악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사회적 이슈 인 것이다.

우리 사회가 이런 합의를 토대로 이제 관심과 투자를 높일 때가 됐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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