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이 또 치솟고 있다. 전국 주유소 보통 휘발유 평균 가격은 22일 현재 L(리터)당 1995.33원을 나타내며 2000원대에 진입이 다시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달 16일 L당 1891.86원으로 바닥을 찍은 뒤 한달 이상 연속 오름세에 있다. 지난 4월 18일 사상 최고가인 L당 2062.55원을 기록한 후 완연했던 하락세는 이제 옛일이 됐다.

그동안 정부가 유가대책으로 갖가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소용이 없다. 휘발유, 경유 등의 가격이 사상 최고로 치솟자 지난 4월 정부는 알뜰주유소 확대와 석유 전자상거래 활성화, 혼합 판매허용 등의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자영 알뜰주유소는 서울 7개, 부산 8개가 문을 열었을 뿐이다. 게다가 가격 조차 싸지 않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5정유사로 불렸던 삼성토탈은 공급 물량이 적어 영향이 미미하다"라며 "석유 전자상거래 거래 물량이 대부분 경유에 몰려 있는 점도 유가 잡기가 한계를 보이는 이유"라는 것이다.

전자상거래와 관련해선 당근으로 내놨던 세금 혜택 등도 일본 정유사에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수입 석유에 3%의 기본관세를 면제하고 L당 16원의 수입부과금을 환급해주는 등 L당 50원가량의 혜택을 주며 가격 인하 효과를 기대했지만, 정작 가격을 끌어내리지는 못하고 국내에 기름을 수출하는 일본 정유사들에 그 혜택이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이달부터 시행한다던 석유 혼합판매도 마무리 협상이 늦어지며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제 가격과 세금이 기름값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넘는 상황에서, 다른 분야에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는 가격을 낮추기에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국제 유가 오름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기름값은 상승세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주유 습관도 바뀌고 있다.

국내 가격에 영향을 끼치는 국제 유가는 가파르게 오르던 2월 초 수준을 회복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정책관계자는 "6, 7월 소비자구매지수 등 미국의 경기지표가 좋게 나오고, 최근 들어 미국 증시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국제 유가도 영향을 받고 있다"며 "지난달 전 세계적으로 일일 원유 공급이 수요보다 190만 배럴 더 많았던 것으로 집계되는 등 공급 과잉이 이어지는 가운데 예상 밖의 결과"라고 말했다. 여기에 이란 등 중동사태가 유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